닫기

[윤현정의 컬처&] 미국과 프랑스産 그림이 가장 비싼 이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218010008410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2. 18. 18:26

26_역대-경매가-최고-순위
최근 그림을 소장하여 예술적 가치도 누리고 재테크도 병행하는 아트테크(Art-Tech)가 유행하면서 MZ세대들도 그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저 단순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을 넘어 경제적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그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고 지구촌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어떤 작품일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작가를 살펴보면 1위-레오나르도 다빈치, 2위-윌렘드 쿠닝, 2위-폴 세잔, 4위-폴 고갱, 5위-앤디 워홀, 6위-마크 로스코, 7위-파블로 피카소, 8위-렘브란트 반 레인, 9위-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0위-잭슨 폴록 순이다. 이들의 작품은 대부분 2010~2015년 기간에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낙찰되었다. 2022년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이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9500만 달러에 팔리면서 자체 최고 작품가를 경신했고, 이 기세를 이어 고가(高價) 순위에서도 기존 10위에서 5위로 훌쩍 뛰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10명의 화가 중 렘브란트를 제외한 9명 모두 미국 또는 프랑스 출신이거나 그곳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출신 또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들을 살펴보면, 르네상스시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렘브란트 반 레인, 인상주의 화가 폴 세잔과 폴 고갱, 큐비즘의 대표적 화가 파블로 피카소, 초상화 작품으로 유명한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를 들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그린 작가 순위 2위이며, 현대미술 작품가격 중 최고기록을 보유한 윌렘 드 쿠닝(1904~1997)은 네덜란드 출신으로 1926년 미국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앤디 워홀이나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은 모두 미국 출신의 화가이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프랑스와 미국 출신 화가들이 세상에서 가장 그림을 잘 그릴까'라고 묻는다면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반드시 가장 잘 그린 그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화가의 붓 솜씨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단순히 그림 실력으로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작품의 경제적 가치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위대한 그림은 그것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당시의 역사적 사건, 화가의 인생과 철학, 그 화가만의 독특한 화풍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보는 이들에게 그림 그 이상의 가치와 감동을 선사해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예술 작품에 높은 가치가 형성되려면 일련의 스토리를 엮어내고 가치를 알리고 비싼 가격에 거래할 수 있는 거대한 자본 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쉽게 요약하면, 예술의 '스토리텔링-브랜딩-펀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치를 규정할 핵심 요소를 갖춘 프랑스와 미국 화가들의 작품이 왜 가장 비싼 그림으로 등극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로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아주 오랜 시간 공들인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의 산물인 것이다.

프랑스는 그들이 지닌 역사와 문화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브랜딩을 입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명품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의 문화가 K-팝, K-드라마를 토대로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역시 뮤직비디오와 드라마의 스토리텔링이 매우 탄탄한 장르이다. 이제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세계적인 한국형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나의 거대한 '브랜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단지 어떤 사람이나 기업이 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라, 국가 또는 산업적 차원의 전략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최근 박서보 작가와 루이비통(2022), 하태임 작가와 벤틀리(2023), 이우환 작가와 샤또 로칠드(2016) 등 우리나라 작가와 세계적인 명품의 컬래버레이션이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코리아 컬처(Korea Culture)가 조금씩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젊은 신세대 화가들의 유럽·미국 등 해외 전시와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유교적 겸손(?)에서 벗어나 스스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고 그 '위대함'을 만들어가야 할 때다.

윤현정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