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민주주의 ‘꽃’ 선거의 해, 민주주의 위협하는 허위정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1901001045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3. 20. 08:27

세계 76개국·83차례 '선거의 해'
민주주의 '꽃' 선거, 전체·권위주의 독재 수단 전락
선거에 결정적 영향 허위정보, 러·중 등 독재정부 조직적 유포
역대 한국 선거서 허위정보 승패 좌우...4·10 총선 시험대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올해는 세계 76개국에서 83차례의 선거가 실시됐거나 예정된 '선거의 해'다. 최소 향후 24년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가 집중된 해로 전 세계 80억 인구 중 절반이 넘는 42억명이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라고까지 평가됐던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지난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실상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 대관식 절차였던 러시아 대선, 4월 10일 한국 총선, 9억7000만명의 유권자가 4월 19일부터 6주에 걸쳐 투표하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 인도의 총선, 11월 5일 조 바이든·도널드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재대결하는 미국 대선까지 세계 정세를 결정할 중대한 선거가 이어진다.

선거는 유권자가 주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해 자신의 권한을 대리할 대표자를 뽑는 가장 중요한 절차이자 사회적 총의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꽃'이 전체주의·권위주의 독재를 포장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금은 사회 양분화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연초에 "냉전 종식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민주주의가 산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많은 국가가 이러한 도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자유롭고 다원적인 사회에 대한 신뢰가 약화돼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와 독재자(strongman)들의 호소에 노출될 여지가 생겼다"고 지적한 바 있다.
NYT는 민주적 통치와 리더십을 훼손하는 허위정보 유포나 이를 후원하는 러시아·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시도가 성공하면 최근 권위주의 성향 지도자들의 부상이 올해 선거를 통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인식은 세계를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간 대결로 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세계관과 일치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뿐만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권위주의 지도자라고 규정한다.

NYT는 선거 운동에서 허위정보의 가장 큰 원천이 글로벌 통치 모델인 민주주의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러시아·중국·이란 등 독재 정부라고 했다. 이를 적용하면 역대 선거에서 조직적인 허위정보의 피해자가 유독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그 유포자가 권위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1997년과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한 '김대업의 병풍 사건' '최규선 20만달러 수수' '기양건설 10억원 수수' 등 허위정보가 박빙의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경원 전 의원도 '연회비 1억원 피부과 회원'이라는 가짜뉴스로 서울시장 선거에 패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김대업처럼 허위사실 유포로 실형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조직적 가짜뉴스 유포가 대부분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채 그 유포자들에 대한 처벌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얼굴·신체 부위가 합쳐진 이미지와 비디오·오디오 등을 짜깁기한 조작본인 딥페이크가 극성을 부리는 오늘날, 해당 허위정보의 진원지를 찾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해졌다.

사회가 더 양극화되고 전투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되면서 유권자들은 허위정보와 혐오 발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렵게 됐다. 4·10 총선이 조직적인 허위정보로 승패가 갈린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회복 불능에 빠진다. 우리 모두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며 순조롭고 공정한 선거가 진행되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