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경욱 칼럼] 불법대출로 부 축적한 후보, 서민 아픔 알까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408010004824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4. 08. 17:59

이경욱 대기자 사진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공직자 재산 공개 뉴스를 접한 무주택 40대 2명에게 소감을 물었다. "재산등록 대상 공직자들은 천상계(天上界)에 속한다.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차원을 넘어섰다." 미혼의 젊은이는 지방 출신의 서울 소재 관공서 하위직 공무원이다. 또 다른 젊은이는 "부가 대물림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가난도 대물림되는 것 같다." 미혼의 이 젊은이는 중소기업에 다닌다. 두 청년 모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정치인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이 축적한 부의 규모와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아직 집 마련도 못 한 이 시대 젊은이들은 이런 뉴스를 보면 허탈해 하거나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정부패 등을 막기 위해 일정 직위 이상 공직자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는 '공직자재산등록' 제도는 1993년부터 도입됐다. 공직자윤리법에 근거하고 있다. 등록 대상 재산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 소유 부동산과 동산이다.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으니 제자리를 잡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도입 후 몇 년 지나서 경제 분야 취재기자였을 때 기억이 새롭다. 두툼한 정부 발간 재산공개 프린트 여러 묶음이 편집국에 당도했다. 수많은 기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 등 취재처(출입처)별로 나눠보면서 등록 재산을 분석하고 미진한 부분은 본인 등의 확인을 거쳤다. 부동산투기 의심 사례는 현지 취재도 했다. 등기부등본 등을 입수해 분석하기도 했다. 재산공개 시즌이면 자정을 넘겨 야근하기 일쑤였다. 투기 등을 일삼아 공직 부적격자로 판단되는 공직자들을 언론이 앞장서 걸러냈다. 자부심도 꽤 있었다.
그로부터 꽤 긴 시간이 지난 올해도 예외 없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장관 후보 등 재산등록 공직자들의 재산 현황이 뉴스를 탔다. 올해 초 어떤 공직자의 재산등록 기사 제목은 이랬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압구정 아파트 등 169억원 신고.' 기사에 따르면 유 장관은 자신 명의로 28억7000만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44.7㎡)와 3300만원 상당의 경기도 여주시 임야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달 재산을 공개한 현직자 중 재산이 가장 많았다. 유 장관은 11억8000만원어치 상장주식을 비롯해 국·공채 등 증권 34억9000만원을 함께 신고했다. 배우자는 45억원 상당의 서울 성동구 아파트 트리마제(152.1㎡)와 5억3000만원 상당의 서울 중구 신당동 상가를 보유했다.

이어 4·10 총선 후보자들에 대한 재산등록 현황도 공개됐다. 지역구 후보들의 평균 재산은 27억9867만원으로, 2020년 15억원에 비해 두 배로 뛰었다.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후보는 김복덕 국민의힘 후보로 무려 1446억6748만원을 신고했다. 1401억원을 신고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보다 40억여 원이 많았다. 100억원 이상 재산이 있다고 신고한 후보만 23명이었으며, 50억~100억원 미만 후보가 38명이나 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마을금고 측이 "딸의 대출서류, 대부분이 허위"라고 밝힌 양문석 민주당 안산갑 후보는 불법으로 사업자 운전자금을 대출받아 부동산 매입에 부당 사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해괴한 편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이들이 유권자의 분노를 사고 있다.

장관이나 국회의원 후보 등 공직자의 재산은 모두 부동산이 바탕이 되고 있다. 우리 공직자들의 부동산 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폭풍 흡입' 모습이다. 공직자 재산 공개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부정부패를 막는 데 있다고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이 제도가 주는 부정적 측면 아닐까. 이런 사례들은 불법 여부를 막론하고 부동산에 투기하는 수법을 안내하는 지침서 같기도 할 정도다. 막대한 부를,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인사가 공직을 맡으면 과연 서민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기나 할까 의구심이 든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