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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오빠’가 들려주는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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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4. 05. 29. 16:37

가수 남진, 데뷔 60주년 자서전 '오빠, 남진' 출간
1960~1970년대 가요계, 영화계 이야기...사료로서 가치도 높아
"모든 노래 소절에 진심 다하고 싶어"
남진
가수 남진의 60년 노래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 '오빠, 남진'이 출간됐다. /제공=상상출판
한 분야에서 반 세기 넘도록 현역으로 남기란 매우 어렵다. 하물며 대중의 변덕스러운 취향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 하는 가요계에서 강산이 여섯 번 바뀌는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팔순을 코 앞에 두고도 왕성하게 활동중인 '원조 오빠'의 지난 삶은 그래서 더욱 놀랍다.

가수 남진의 60년 노래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 '오빠, 남진'이 출간됐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남진의 '진짜' 이야기가 오롯이 담겼다. 젊은 음악팬들은 알지 못하는 1960~1970년대 우리 가요계와 영화계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사료로서의 가치도 꽤 높다.

책은 프롤로그와 15개의 챕터,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초반부는 한국 대중음악의 태동 과정과 부잣집 도련님 김남진이 가수 남진으로 다시 태어나게 돠는 과정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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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가수 남진/ 제공=상상출판
남진
올해 데뷔 60주년을 맞은 가수 남진/ 제공=상상출판
해방둥이로 1945년 전라남도 목포에서 목포일보의 발행인이자 제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문옥의 늦둥이로 태어난 남진은 부유한 환경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연극과 음악에 심취했다. 그의 집안은 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 이미 자가용이 있었을 만큼 상당히 부유했는데, 닐 세다카와 폴 앵카의 노래를 즐겨부르며 성장한 남진은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실력파 작곡가 한동훈을 소개받는다. 당시는 우리 대중음악계가 일제 강점기의 상흔을 딛고 서구 음악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던 시기로, 한동훈이 작곡해 건네준 남진의 데뷔곡 '서울 푸레이보이'도 미국의 스탠더드 팝을 연상시키는 노래였다.
중반부부터는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히트곡 '울려고 내가 왔나' '가슴 아프게' 등의 탄생 비화와 해병대로 입대해 월남전에서 경험한 생사의 고비, 제5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겪어야 했던 슬럼프와 이로 인한 미국행, 부진에서 탈출해 '영원한 현역'으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근황 등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홉 번째 챕터 '님과 함께'와 열 번째 '두 개의 태양'이다. '님과 함께'는 한국 대중음악사 최초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또 나훈아와의 뜨거웠던 라이벌 관계를 되짚어보는 '두 개의 태양'은 얼마전 은퇴를 선언한 뒤 마지막 콘서트 투어중인 나훈아의 최근 움직임과 맞물려 흥미를 자아낸다. 콘서트를 제외하고는 대중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나훈아와 달리 남진은 요즘도 방송 출연이 활발한 편인데, 이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와 성격을 지닌 두 톱스타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비롯됐는지를 남진의 입을 통해 공개한다.

오빠, 남진
'오빠, 남진'은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조명하면서 남진이 '태풍의 눈'처럼 대중음악을 이끌고 성장시켜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제공=상상출판
이밖에 영화배우로 활동할 때의 에피소드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활동 뒷이야기들이 자세하게 수록됐다. 가수 남진이란 한 사람의 단순한 인생사보다,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조명하면서 남진이 '태풍의 눈'처럼 대중음악을 이끌고 성장시켜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진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가끔 마지막 무대를 생각한다. 팬들이 있는 한 죽기 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지만, 몇 시간 동안 무대에 서서 노래하며 춤을 추는 건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바빠서 못 그랬지만, 지금은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에 몸 전체를 푹 담그고 싶다. 그래야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상상출판, 320쪽.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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