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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제는 이름조차 잃어버린 애국 혼 되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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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6. 02. 17:52

최수용 사진 1
최수용 (인도태평양 전략연구원 대표, 객원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피와 목숨을 바친 결과다.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완성하면서 전쟁과 기아를 극적으로 극복하고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원조를 주는 선진국으로 올라선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상전벽해(桑田碧海)된 대한민국은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한글을 자신의 문자로 삼으려는 나라가 나타날 정도로 한국은 갈수록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는 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키고, 숨겨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애국·순국열사들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그 노력과 성의가 너무나 미미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민간의 힘으로라도 합심하여, 국가가 하려고 애쓰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나서야 한다. 국가가 발굴하지 못했거나 외면하고 무시해 왔던 숨어있는 진짜 구국 영령들을 찾아내어 그 구국 혼을 추앙하고 숭고한 구국정신을 이어받아 대대손손 호국의 발판을 다져야 할 것이다.

특히 국가 차원에서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이름도 계급도 군번도 없이 첩보작전, 비밀공작, 특수정보작전 등에 비밀리에 투입됐다 희생된 숨겨지고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한 맺힌 영혼을 위로하는 구국 혼 선양 활동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전국립현충원 소방관묘역을 어느 초등학생이 지나가다 소리쳤다. "아버지! 우리나라 119소방관은 대단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화재진압을 하다가 돌아가셨네요." 해외에서 비밀 첩보수집과 공작활동을 하다가 북한 공작원에게 피살된 '고 최덕근 영사'는 이렇게 국정원 공작관이 아니라 타국의 불이나 꺼주는 소방관이 됐다. 그나마 최덕근 영사님은 이름 석자는 남겼지만 나머지 많은 영웅들은 이름도 없이 캄캄한 감실(龕室)에 방치된 채 갇혀있다.

대북첩보공작부대의 원조인 정보사령부 호림특수부대는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에서 무명으로 활약하여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지만 이제야 호림(虎林)안보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겨우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호림특수부대 요원들과 전쟁 직후 계속된 대북 특수임무수행을 위해 전선을 넘나들며 자신의 목숨을 걸던 요원들, 그리고 소속, 군번, 계급도 없이 활동하며 이들과 함께 대북비밀공작의 선봉장을 맡았던 공작팀장 전사들은 은폐된 신분이 장교였다는 이유로 오히려 장구한 세월 국가로부터 무시되는 얼음보다 차가운 대우를 받아왔다.
선진국은 예외 없이 국가안보를 가장 중시한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서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정보전쟁에서 희생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영웅들의 명예를 지키며 국민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국가가 단 한 명의 군인의 생명이라도 끝까지 구하겠다는 약속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키기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의 명예와 목숨을 끝까지 지킨다는 것을 국민들 모두가 신뢰하고 죽어서도 미국의 혼이 되겠다는 결의와 신뢰를 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외면하고, 살아서 돌아온 자는 기록이 없다고 제외하고 무시하며, 비밀이나 국익이라는 미명(美名)하에 감추고 덮어버리는 것' 그게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니었는가?

한심한 국내 현실을 통감한 소수의 시민이 의기투합하여 2021년부터 우선 최덕근 영사만이라도 기리는 추모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또한 많은 인사들이 합심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정보, 첩보, 비밀공작 직무를 수행하다가 이름 없이 스러져간 영웅들의 구국 혼과 구국정신을 기리고 그 가족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이제 이를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반드시 실행할 때다. 보훈과 관련해서 정부는 분명하고 확고한 정책과 의지를 표방하며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

최수용 (인도태평양 전략연구원 대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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