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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이버보안 부대, 실리콘밸리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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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4. 09. 01. 13:18

WSJ "이스라엘 사이버 부대 예비역 창업 최소 5개사, 미국 상장"
사이버 보안 기술·감시 전술 습득 이스라엘 8200 부대, '최고 기업가정신 학교'
예비역 창업 스타트업,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초기 투자 유치
PALESTINIAN-ISRAEL-CONFLICT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8월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이스라엘군 제공·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정보기관 소속 사이버 부대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핫'한 인재 파이프라인으로 해커로부터 세계 최대 기업들을 방어하는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기업들의 인큐베이터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스탠퍼드대나 페이스북 등으로 향했던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이제 첨단 사이버 보안 및 사이버전 능력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8200 부대 출신들을 탐내고 있다며 이 부대 예비역들이 수십 개의 사이버 보안업체를 설립했고, 일부는 영향력 있는 벤처 캐피털 사업가가 돼 창업하는 부하들의 멘토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 WSJ "이스라엘 사이버 부대 예비역 창업 최소 5개사, 미국 상장"

8200 부대 예비역들이 창업한 기술 기업 중 최소 5개사가 미국에서 상장했고, 그 기업 가치는 약 1600억달러(214조2400억원)에 달하고, 민간 기업의 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7월 구글 최고 기록인 230억달러(30조8000억원)로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다가 무산된 미국 뉴욕의 위즈(WIZ)는 8200 부대 출신인 아사프 레파포트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창립한 미국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업체다.

점점 더 많은 업계가 방대한 양의 비즈니스 문서를 클라우드로 옮기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해커들의 공격에 항상 노출돼 있는데, 위즈와 8200 부대 예비역들은 군에서 배운 기술과 열의로 대기업들의 이러한 보안 유지 방법이라는 거대한 비즈니스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최대 규모의 상장 사이버 보안기업인 팔로 알토 네트웍스는 최근 수년 동안 8200 부대 출신이 이끄는 여러 회사를 인수했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캐피털 업체인 그레이록(Greylock) 파너스와 세쿼이아(Sequoia) 벤처 캐피털은 최근 이스라엘에 거점을 둔 파트너들을 영입했다.

이러한 8200 부대 예비역들이 창업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벤처 투자가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하는 등 실리콘밸리의 투자 엔진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위즈
이스라엘 8200 부대 예비역이 창업한 미국 뉴욕의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업체 위즈 홈페이지 캡처.
◇ 사이버 보안 기술·감시 전술 습득 이스라엘 8200 부대, '최고 기업가정신 학교'

8200 부대 모병은 초등학교 때부터 로봇 공학 클럽과 방과 후 코딩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지고, 부대원이 되면 일반적으로 평생 연락이 유지되는데,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동창회는 예비역들을 위한 비즈니스 기술 교육 이벤트와 웨비나, 그리고 종종 전 세계 도시에서 모임을 주최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한번 8200 부대원은 영원한 8200 부대원'이 되는 것이다.

예비역들은 복무 기간에 실용적인 사이버 보안 기술과 최신 감시 전술을 배우는데, 이 과정에서 신병이 상관에게 질문하고, 해결책을 알 수 없는 복잡한 문제에 몰두하게 고무된다고 한다. 많은 예비역은 이러한 강한 압력 문화와 현장 사고방식이 일반 사회에서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는 이유 중 일부라고 평가한다.

레파포트 CEO는 이전 인터뷰에서 8200 부대가 '최고의 기업가정신 학교'라고 했고, 이 부대에서 6년 복무한 후 2011년 벤처 캐피털 글리롯(Glilot) 캐피털 파트너스를 공동 창업한 코비 삼보르스키는 "그렇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며 "더 힘든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마감일·경쟁자·투자자 등 모든 것이 더 쉬워 보인다"고 말했다.

글리롯
이스라엘 8200 부대 예비역들이 창업한 미국 뉴욕의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업체 시에라 홈페이지 캡처.
◇ 8200 부대 예비역 창업 스타트업,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초기 투자 유치

텔아비브가 본사인 글리롯은 대부분 8200 예비역들이 창업한 기업들에 3000만달러(402억)를 처음 투자, 이 펀드의 가치는 수수료를 제외하고, 매년 84.1%씩 상승했다고 삼보르스키 창업자가 전했다.

뉴욕의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업체 시에라(Cyera)도 요탐 세게브 CEO 등 8200 부대 예비역 장교들이 2021년 창업했는데, 이 부대 예비역들의 조언에 따라 이스라엘의 벤처 캐피털 사이버스타츠의 설립자로 위즈의 초기 후원자인 길리 라난을 만나 첫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후 라난은 시에라를 세쿼이아의 수석 파트너인 더그 리온에게 추천했다. 리온은 8200부대 예비역들이 이끄는 4개사에 대한 세쿼이아의 투자를 감독했고, 이 기업들은 모두 사이버스타츠의 지원을 받았다. '8200 부대'의 거미줄 같은 인맥이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산업 발전의 산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렇게 초기 성장의 기반을 다진 시에라는 지난 4월 이 기업의 가치를 14억달러(1조8800억원)라고 평가한 투자자들로부터 3억달러(4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 8200 부대, 통신·전자 신호 수집 능숙, 국가 네트워크 보호·적 침투 사이버 보안 시스템 개발

국민 대부분이 18세부터 남성 32개월·여성 24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이스라엘 병역 제도에 따라 8200 부대에는 수천명이 상시 복무하고 있는데, 입대하려면 여러 기술 테스트와 교육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이 부대는 이스라엘 군사 정보기관인 아만(Aman)의 한 부서로 특히 이란과 같은 외국의 적이 발신하는 통신·전자 신호 수집에 능숙하며, 국가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다른 국가에 침투하기 위한 사이버 보안 시스템도 개발,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등 최근 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 부대는 2010년 이란의 핵농축 시설에 침투한 것으로 밝혀진 사이버 사보타주 프로젝트 '스턱스넷(Stuxnet)'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협력했고,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8200 부대 예비역들이 설립한 사이버 보안 기업 NSO그룹은 각국 정부가 언론인과 대사관 직원들의 기기에 접근하는 데 사용하는 '페가수스(Pegasus)'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고 WSJ은 보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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