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대화 없이 '혼란 부채질' 비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이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과 닮은 '탄핵 데자뷔'라고 평가했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거야의 '마녀사냥'이 여권 내부로 스며들어,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던 보수정치인들의 모습과 같다는 지적이다. 당시에도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여당 내 탄핵 세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같은 해 10월 25일 박 전 대통령의 사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민심이 달래질 것으로 믿었던 박 전 대통령은 오히려 촛불시위의 '카니발'이 됐다. 당시 이에 대해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진보진영의 이상돈 중앙대 법대 명예교수는 "그때 박 대통령이 성급하게 사과를 해서 사태를 증폭시켰다고 보는 사람도 상당히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층에서는 한 대표의 사과 요구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金(김)시대 말미에 정계 들어온 나로서는 참 그때가 그립다. 나라에 혼란이 생기면 거목(巨木)들이 나서서 대화와 타협으로 혼란을 수습하곤 했는데 거목들은 간데 없고, 잡목(雜木)들만 우후죽순 나서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을수 있나"라고 썼다. 이는 한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이후 적은 글로, 현재 당내 반윤(反尹)그룹에 대한 지적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중앙당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한 대표가 오늘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하는데, 정치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면 이후에는 야당이 더 큰 요구를 하고 나설 것이다"면서 "우선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현재 펼쳐진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주도권을 쥐게 시간을 벌어줘야 하는데 당 대표가 저렇게 나서니 대통령실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는 불만이나 개혁적 제안은 비공개로 하는 것이 맞다"면서 "한 대표가 말했듯이 '당은 당의 일을 하고 정(정부)은 정의 일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 대표는 자신의 발언조차 지키지 않고, 당내 여론 수렴 없이 언론에 선제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다문화비서관은 "한동훈은 유승민의 최강 업그레이드 버전 기회주의자"라며 "오늘 한 대표의 발언을 보며 지난 총선 때 부산유세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한동훈은 '윤 정부 잘못이 저의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황태자로 대접받던 사람이 정부책임을 묻는 말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 대표의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에 대해 맞는 판단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오늘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은 새로운 것이 전혀 없다. 과거부터 지적해 오던 것이고, 반복되어 요구해 왔던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너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걱정하지 않은 당대표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과성 발언이 나올 것 같지만 그보다도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와 같은 인적 쇄신이 나와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들어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를 둘러싼 야당의 공격을 줄일 수 있는 제2부속실, 특별감찰관, 대외활동 금지 등을 약속한다면 지금 난국을 타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