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창간 19주년 기획] “2000조 시장 잡아라”… 불붙은 AI 패권 전쟁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11010004897

글자크기

닫기

정문경 기자

승인 : 2024. 11. 10. 17:08

AI 혁명이 만든 글로벌 대격전
챗봇 넘어 응용 범위 급속도 확장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국내외 기업 수조원대 투자금 사활
멀티모달·시뮬레이션 등 집중 전망

18세기 산업혁명은 인류 생활의 모든 걸 바꿔놨다. 대전환의 흐름에 가장 먼저 올라탄 영국이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등 글로벌 패권지도를 다시 그리는 기폭제였다. 2000년대 인터넷 혁명은 경계를 허물었다. 전통적인 무역 장벽이 사라지고 새로운 일군(一群)의 기업들이 글로벌 산업 패권을 주도했다. 2010년대 모바일 혁명은 또 어떤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은 인류의 삶과 사고방식 자체를 뒤흔들었다.

이제 네 번째 혁명, AI가 다가오고 있다. "챗GPT 등 AI의 등장은 과거 인터넷 발명만큼 세상을 바꿀 가장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이 아니더라도 변화의 파고가 거대할 것임을 모두가 실감한다. 챗GPT가 촉발한 AI 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 글로벌 기업 간 '쩐(錢)의 전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AI 혁명이 만들어낼 2000조원의 신시장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를 다툴 대격전이다.

◇ 산업지도 수년 내 확 바뀐다

AI 혁명의 서막은 지난 2022년 미국 오픈AI가 개발한 AI 모델 '챗GPT'가 등장한 때다. 챗GPT는 초거대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개발된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사용자와 마치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이 AI 모델은 단번에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진화의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단순한 챗봇 기능을 넘어 음악, 미술, IT, 금융 영역으로 응용범위가 급속도로 확장되는 추세다. 기존 산업의 지도가 수년 내 확 바뀔 것이란 게 산업계의 평가다.

챗GPT가 촉발한 AI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02억 달러(약 200조원)에서 2030년에는 1조3452억 달러(약 1800조원)로 9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나라 1년치 수출액 6327억 달러(약 874조원)의 두 배가 넘고, 한국 정부의 1년 예산인 660조원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 AI 선점 위한 '쩐의 전쟁'

AI 시대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도 가열되는 추세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대대적인 AI 지원책을 내놨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사활을 걸 정도다. 지금까지 나온 글로벌 기업들의 AI 투자계획만 합해도 수백조원대에 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에 따르면 MS, 메타플랫폼(페이스북 모회사),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올해 설비투자 합계는 전년 대비 42% 늘어난 2090억 달러(약 288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 투자 경쟁도 어마어마하다. 아마존은 올해 AI 투자에 750억 달러(약 103조5000억원)를 투입했는데, 향후 15년간 AI 데이터 센터에 1500억 달러(약 205조원)를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일생일대에 한 번 있는 기회"라고 총력전을 펼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올해 400억 달러(약 55조2000억원)를 AI에 투자한 데 이어 향후 AI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MS는 2028년까지 AI 슈퍼컴퓨터 개발에 1000억 달러(약 13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구글은 MS 이상의 투자금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AI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SK와 LG는 그룹 차원에서 AI 투자를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 중이다. LG의 경우 AI연구원을 통해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모델 '엑사원 2.0'을 발표했다.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KT 등에서도 멀티모달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 "뒤처지면 죽는다"

변화를 좇지 못하면 도태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퇴출당한 노키아가 그랬다. AI 혁명의 흐름에 뒤처진 기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한때 세계 최고 IT기업이란 찬사를 듣던 애플은 AI 대응이 늦은 탓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애플의 빈자리를 차지한 곳은 'AI 산업의 총아'로 불리는 엔비디아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시총 상위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던 엔비디아는 지난 6월 애플을 누르고 시총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이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 700% 상승했다. AI 시대의 최초 격전장인 반도체 시장에서 이런 흐름은 확연히 드러난다. TSMC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승승장구하는 반면 인텔, 삼성전자 등은 고전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AI 혁명이 만들어낼 변화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완벽히 개화하지 않은 단계인 만큼, 변화의 흐름을 읽고 대처해야 한다는 얘기다. 향후 수년간 AI 혁명의 격전지는 '멀티 모달 AI'가 될 전망이다. AI가 이미지·영상·음성 분석과 생성까지 가능한 멀티모달로 진화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에 더욱 밀착될 것이란 점에서다. 글로벌 AI 분석기업 SAS는 '2024년 AI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첨단 기술로 멀티모달 AI와 AI 시뮬레이션이 부상할 것"이라며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생성형 AI가 산업현장의 AI로 진화하는 변화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