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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 은행권 맏형 조용병 회장, 폴란드 은행협회와 손잡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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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4. 11. 15. 06:00

‘해외통’ 조용병 회장, 폴란드 진출 금융사에 ‘힘 싣기’
IBK기업은행, 내년 폴란드 현지 법인 설립 추진
폴란드 협력 계기로 K-금융 유럽 수출 ‘정조준’
조용병 폴란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오른쪽)이 1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금융 교류 세미나'에서 타데우즈 비알렉 폴란드 은행협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은행연합회
스몰토크
"앞으로도 구체적인 실물 협력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K-금융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 무엇보다 구체적인 '실물 협력'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양국 금융권의 친목과 교류 강화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국내 금융사의 실질적인 해외 지사 설립 등 성과가 따라야 한다는 속뜻이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금융교류 세미나'에 참석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국내 은행의 유럽 진출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말했다.

조 회장은 금융권의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힌다. 조 회장이 지난 2015년 신한은행장으로 부임할 당시 신한은행의 해외 지점은 16개국서 70여곳에 그쳤지만, 이듬해 말에는 20개국 15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글로벌사업컨설팅 TF를 꾸리고, 해외 각국에 현지 법인도 설립하는 등 지금의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중 선도적인 글로벌 영업망을 갖게 된 계기를 만들었단 평가다. 신한금융그룹 회장으로 재직할 때에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해외 출장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연합회가 폴란드 은행협회와의 협업에 나선 건 금융당국과 함께 폴란드 진출을 목표하는 국내 금융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폴란드 금융감독국과 은행 감독 업무협약을 체결, 폴란드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금융사에 지지를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도 지난 3월 폴란드 은행협회와 금융협력 강화 업무협약을 맺고, 세미나 개최 등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국내 은행들의 폴란드 진출을 돕기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국내 금융사들에게 폴란드는 '기회의 땅'이다. 지리적으로 서유럽과 중동부 유럽을 잇는 교두보 위치에 있는 데다, 우수한 노동력과 서유럽 대비 낮은 임금 등 이점이 많다. 이에 한국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폴란드에 진출했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대기업을 비롯해 370여 국내 기업이 폴란드에 자리를 잡았고 누적 투자액만 약 8조4000억원(60억 달러)에 이른다.

다만 늘어나는 국내 기업의 금융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국내 금융사는 아직 한 곳도 없어, 최근 국내 금융권에선 폴란드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폴란드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국내 금융사는 6곳으로 알려졌다. 이중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은 폴란드에 이미 사무소를 설치한 상태지만, 영업 허가를 받진 못했다. 우리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인허가를 신청해 내년 상반기 중 정식 개소할 예정이며, IBK기업은행은 아예 현지법인 설립을 목표로 폴란드 금융당국으로부터 심사를 진행 중이다.

그간 국내 금융사들은 자국 내 금융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해 왔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 점포는 지난 2010년 333개에 그쳤지만, 2022년에는 488개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해외 점포가 대부분 아시아 지역에만 집중돼 있고, 해당 국가의 금융사보다는 해당 국가에 함께 진출한 국내 다른 금융사와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 그간 질적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 속 국내 금융사의 폴란드 진출은 새로운 해외 거점을 창출할 수 있고,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도 함께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물 협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조 회장의 말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계획하는 데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사 설립 등 해외 영업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간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돕고자 다른 국가와 금융 협력을 맺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K-금융의 불모지로 꼽히는 태국 금융시장이 특히 그렇다. 국내 금융사들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태국 금융시장에서 철수한 이래 27년째 재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지난 2019년에도 태국 은행협회와 교류 및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국내 금융사들이 태국에도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협약 체결 이후 국내 금융사들의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고, 설상가상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도 태국 시장의 빗장을 풀지 못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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