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고] 경험과 경청으로, 청년보좌역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12001000993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11. 21. 18:00

박예빈 행정안전부 청년보좌역
박예빈 증명사진
박예빈 행정안전부 청년보좌역
청년이 정책에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청년만을 위한 정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으로서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찾고, 이를 함께 해나가겠다는 약속이다.

행정안전부의 청년보좌역을 지원할 때 나는 자신과 약속했다. 전 세대와 눈을 맞추고 공익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경청과 경험으로 말하는 청년보좌역이 되겠다고.

청년보좌역으로 근무하기 전 어르신 일자리 담당자로 근무하던 겨울이었다. 평소 건강하셨던 한 어르신이 출근길에 갑자기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급격한 기온 저하로 인해 혈압이 상승해 어지럼증이 초래된 것이었다. 다행히 동료 어르신이 주변에 신속하게 도움을 요청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나에게 일상의 평범함 속에도 예상치 못한 위험이 숨어 있음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같은 익숙한 일상도 단순한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더해져야 할 중요한 축, 바로 '함께하는 안전'이었다. 그때부터 방재안전공학을 공부하고 깊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2030자문단은 바쁘다면서요?" 자문단 단장으로서 종종 듣는 질문이다. 자문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다양한 정책 현장을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다. 우리는 무더운 날에는 더 뜨겁게, 추운 날에는 더 춥게 현장을 뛰어다닌다. 중첩된 주제가 있을 때는 타 부처의 정책 현장에도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부처 2030 자문단 간 합동 간담회를 주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정책의 폭을 넓혀나갔다. 우리가 현장에서 찾고자 한 것은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국민들의 진짜 고민을 찾고 청년이 해결에 앞장서고자 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행안부의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활용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국민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 과정 전반에 정책 공급자인 공무원, 정책 수요자인 국민,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참여해 정책을 만들어가는 활동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4 공공서비스디자인에 안전취약계층인 노인을 위한 '국민안전 서포터즈' 정책을 제안했고,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9.2%에 이르며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신체 기능 저하와 안전교육의 사각지대 문제로 인해 안전사고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우리는 또 현장으로 달려갔다.

어르신 안전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수요자의 심층 인터뷰(FGI), 관련 기관 종사자 및 전문 인력과의 논의를 통해 어르신 맞춤형 교육을 준비했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인지적 변화에 대해 학습하며, 어르신들이 일반적으로 겪는 생리적 특성을 반영해 교육 방법을 구성했다. 시각 자료는 글자 크기를 확대하고, 색상을 명확히 대비시켰으며, 청각 자료는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노래에 교육 내용을 덧입힌 자료를 활용했다.

안전교육은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처를 위해 근육이 기억할 수 있도록 체득형 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어르신들이 직접 만져보고, 듣고, 말하며, 반복해 체험할 수 있는 학습 방식을 설계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기존에 익숙한 일상적인 상황을 활용해 실질적인 대처 능력을 향상하는 것에 주력했다.

"아유, 우리 손자 같네. 선생님들, 수업 참 재미있게 들었어요. 자주 와줬으면 좋겠어." 어르신들의 따뜻한 교육 후기를 들으며 이번 활동이 안전 문화 확산은 물론,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되어 양극화 완화에도 기여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 세대와 눈을 맞추고 공익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실천한 순간이었다.

청년 세대는 아동기를 지나 전 세대로 성장할 세대이다. 청년들이 안전한 사회를 고민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강한 힘이 될 것이다.

청년보좌역으로서 청년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의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화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정부와 청년이 정책의 동반자로 소통하며 사회안전망을 하나씩 쌓아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 올린 정책의 벽돌들이 모여 모두가 기대어 쉴 수 있는 튼튼한 터전이 되기를 바란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