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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고용없는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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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정연 기자

승인 : 2024. 11. 20. 17:19

북적이는 하반기 K-오션 채용박람회<YONHAP NO-4990>
지난 5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하반기 K-오션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업체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연합
이정연
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률이 역대 최고라는 지표가 무색하게 실상을 뜯어보면 기대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 해 이유 없이 쉬고 있는 '쉬었음 청년'이 계속 늘고 있고, 일자리 증가분도 36시간미만 단기 일자리 수 증가의 영향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힘든 실정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기존 경제학에서 찾아볼 수 없던 마술을 행했다. 이른바 서민층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늘게 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취지였다. 결과적으로는 인위적으로 성장과 무관하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며 '쪼개기 아르바이트'를 양산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재정을 풀어 소상공인들에게 일시적인 '호흡기'만 붙여줬을 뿐이다.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른 선진국일수록 제조업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자동화로 인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며 고용이 줄어드는 게 '고용 없는 성장'의 원인이라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앞서 울린 수많은 경고음에도 제대로 이 시대를 맞이할 준비는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2030에게 한때 트렌드가 됐던 'N잡러의 시대'라는 말이 있다. 한 직업의 소득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워 여러 부업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대학에서는 창업이 일상화된 미래를 그리고, 차고지에서 유니콘 기업의 모태를 만들었다는 미국의 사례를 떠들었지만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런 혁신이 장려되기 위해선 누군가의 필요를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경험, 그리고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법률 지식, 경제상식과 경기를 이해할 수 있는 소양같은 것들이 일찍이 습관처럼 몸에 베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만났던 한 교육 전문가는 지금의 50대가 훨씬 더 창의적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그들이 학창시절 누렸던 무한한 자유를 꼽았다. 지금처럼 사교육에 얽매여 감옥과 같은 학교, 학원을 반복하는 삶이 아니라 가난을 이겨보겠다는 열정, 무엇이라도 시작하는 용기 등에서 부딪혀보는 태도가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였다. 그는 대학이 아닌 학생에게 자율을 주는 시도가 무한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잡러의 시대에서 청년들이 버텨낼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만, 기초적인 세무지식, 작은 창업 경험, 일상화된 직업훈련, 이런 것들을 교육현장에서 찾긴 여전히 어려운 듯하다. 그저 국영수 점수만 높이면 될 일이다. 대학졸업자가 이렇게나 많지만 경제이해력 점수가 평균 60점에도 이르지 못 하는 사회다.

기회를 되레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누구나 학비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한다며 국가장학금을 쥐어주고는 스스로 돈을 벌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가장 역동적이어야 할 청년기를 사회적 약자로 만들며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지 않고 잡아줄 생각만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IT 기술이 있는 학생이 아르바이트든 뭐든, 일단 제조현장을 만나봐야 자동화 기술의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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