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낸 국내 빅5 증권사들이 해외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KB증권이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80% 넘게 성장했고, NH투자증권도 해외 인수금융 딜 확대 등으로 홍콩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삼성증권도 해외법인들의 고른 성장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었고, 한국투자증권도 미 현지 합작회사의 비즈니스 확대로 흑자 전환하며 실적이 소폭 상승했다.
반면 해외사업 진출에 공을 들였던 미래에셋증권은 신진국가를 중심으로 실적이 부진하면서 순익이 감소했다. 그간 해외시장에 발을 넓혀온 데다, 해외법인들로부터 많은 수익을 가져온터라 향후 수익 다각화 등 해외시장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드러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 가운데 올해 3분기까지 해외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였던 곳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4곳이었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이하 동일) 31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55% 증가한 수치다. 주요 법인인 홍콩과 베트남, 뉴욕 등 대부분 법인에서 가파른 성장을 보였다.
특히 홍콩법인(140억원)은 본사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인수금융 딜 확대와 안정적인 채권운용 수익이 실적 개선에 힘이 됐다. 후발주자인 인도네시아 법인의 경우 브로커리지 실적 성장과 IB부문으로 수익을 다변화한 것이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계열사인 KB국민은행과의 협업으로 현지 홍콩법인이 은행 보증부 외화채권 관련 공동주관사를 맡아 참여하는 등 최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3분기까지 605억원의 순익을 내며 지난해보다 25.25% 성장했다. 핵심 법인인 홍콩법인은 같은 기간 30% 성장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최근 해외 인수금융 딜을 확대하고, 현지에 단기 예금증서(CD) 발행이 늘어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가장 많은 순익을 거뒀던 한국투자증권은 홍콩과 뉴욕IB법인의 수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지난해(598억원)보다 실적이 6%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주요 법인인 홍콩법인의 경우 지난해(285억원)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172억원 순익에 그쳤다. IB 부문의 딜 실적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손실을 메운 건 미 합작회사 'SF 크레딧파트너스'의 흑자전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에는 17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올해는 144억원 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7월 홍콩법인이 필리핀 부동산 개발 업체 비스타랜드의 약 690억원 규모 글로벌 본드 발행을 주관하는 등 의미있는 실적도 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홍콩 현지법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체질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61억원의 순익을 내며 지난해보다 17.6% 성장했다. 뉴욕, 런던, 홍콩법인들의 고른 성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그동안 글로벌 진출을 강조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역성장했다. 지난해 1162억원에서 올해 1108억원으로 4.64% 감소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16.11% 수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실적이 다소 주춤한 것은 맞다"며 "그러나 인도 현지 증권사인 쉐어칸 인수가 곧 마무리되고 내년 실적에 반영되면 호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