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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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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권도연 기자

승인 : 2024. 11. 25. 13:42

칠곡할매 시(詩) 중1 국어교과서 수록
칠곡
지난 22일 김재욱 칠곡군수와 천재교과서에 자신의 시가 실린 이원순 할머니가 교과서 수록을 기념하는 푯말을 들고 있다. /칠곡군
"80이 너머도 어무이가 조타. 나이가 드러도 어무이가 보고 씨따. 어무이 카고 부르마 아이고 오이야 오이야 이래 방가따."

대통령 연하장 글꼴을 만들고 할매래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칠곡 할머니들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이들이 쓴 시가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리게 됐다.

25일 칠곡군에 따르면 칠곡할매들의 시와 그림이 다음해부터 사용될 천재교과서의 '2022개정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대표저자 노미숙)'에 수록된다.

교과서에 실린 시의 작가는 고인이 된 강금연, 김두선 할머니를 비롯해 이원순(87), 박월선(96) 할머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거나 6.25를 겪으며 가난과 여성차별 등으로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여든이 넘어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깨치고 시를 썼다.

교과서에서는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게재하며 "70여 년 동안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우며 어느덧 자신의 삶까지 시로 표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또 고 (故) 강금연·김두선 할머니의 시 '처음 손잡던 날' '도래꽃 마당'과 이원순·박월선 할머니의 '어무이'와 '이뿌고 귀하다'의 전편을 두 면에 걸쳐 실었다.

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22일 김재욱 군수와 할머니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이원순 할머니는 자신의 시를 낭송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김 군수 역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 할머니는 "교과서 수록을 누구보다 기뻐할 언니들이 고인이 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안타깝다"며 "어린 학생들이 우리 할머니들의 시를 읽으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칠곡군에는 호랑이는 가죽을, 칠곡할매들은 시를 남긴다는 말이 있다"며 "칠곡 어르신들의 열정을 알리고 초고령화 시대 주류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실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칠곡군은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가 뭐고' 외에도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뭐' '작대기가 꼬꼬장 꼬꼬장해' 등의 시집을 발간했다. 또 교과서 수록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교과서 거리'의 이야기를 담은 약목면 도시재생구역 정비에 나선다.
권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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