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AI 열풍 등 시장 변화 대응 못해
파운드리 수천억 달러 투자에도 기술 경쟁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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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인텔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부로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인텔 CEO 취임 4년 만이다. 그는 IT업계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1979년 인텔에 입사한 이후 2001년 CTO(최고기술책임자)까지 오른 뒤 2009년 퇴사했으나, 이후 경영난을 겪던 인텔 재건을 위해 2021년 CEO로 복귀했다.
인텔 측은 구체적인 사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영난과 주가 하락 등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인텔은 올해 3분기에만 166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손실 규모다. 주가는 연초 대비 50% 이상 떨어졌다. 인텔은 겔싱어 CEO의 사임 이후 임시 공동 CEO로 데이비드 진스너 수석 부사장과 미쉘 존스턴 홀타우스 인텔 프로덕트 CEO를 임명했다.
인텔은 1968년 회사 설립 이후 전세계 IT 산업을 선도해왔던 기업이다. '외계인을 납치해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PC용 반도체인 CPU(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인텔의 전세계 CPU 시장 점유율은 90%를 웃돌았을 정도다. 1999년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다우지수에 편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점점 '노쇠한 공룡' 취급을 받았다. 특히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등장 이후 PC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인텔의 하락세는 완연해졌다. 퀄컴, AMD 등이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들면서 도약하기 시작한 반면, 인텔은 PC 시장에 안주하면서 점점 밀려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AMD는 올해 1분기 전체 CPU 시장에서 20%대 점유율 진입에 성공했다. 인텔은 AI(인공지능) 열풍에도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후발업체인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시장 장악을 지켜봐야 했다.
겔싱어 CEO 복귀 이후 파운드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위상 회복을 꾀했지만, 이 역시 2021~2023년 17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면서 실패했다. 이 같은 여파로 인텔은 올해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감축하기로 했으며, 경쟁사인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다우지수 편입 25년 만에 퇴출당하는 수모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