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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일간 24지는 26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니캅과 부르카를 착용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공화국 종교 및 종교자유 관련 법안 제 127조 1항을 수정하는 내용으로 정부기관 및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전면적으로 가리는 종교적 복장을 착용할 경우 2만솜(약 3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국가종교사무위원회는 해당 조항을 제외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강력 반발했지만 키르기스의회(조구르트 케니쉬)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다스탄 베케셰프 키르기스 의회 부의장은 "니캅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여성이 주로 착용한다"면서 "자신은 니캅을 입고 좋은 수입과 교육을 받은 여성을 만나본 적이 없다"라며 법안 강행을 예고했다.
이어 그는 "니캅이나 부르카 등으로 얼굴을 가리면 일반적인 시민이 감당할 수 없는 벌금(2만솜)이 부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키르기스탄 평균 임금이 400달러(약 58만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2만솜(약 34만원)은 매우 부담스러운 수준의 벌금인 셈이다.
다민족 국가지만 슬라브계열(러시아·백인) 민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구가 무슬림(수니파)인 중앙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이슬람권으로 분류되며 남성중심 문화가 매우 강한 특색을 갖고 있다. 소위 유라시아 지형적 특성상 북쪽(러시아)에 올라갈수록 세속주의적 문화가 강하며 반대로 남쪽(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 가까울 수록 이슬람문화가 짙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유라시아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 국가 최초로 페미니즘 집회를 허가한 것으로 시작으로 올해 부르카·히잡 금지법을 제정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이슬람 문화가 가장 유연하다고 평가받는 카자흐스탄이지만 이슬람 문화가 민족정체성으로 이어지는 특성상 정치문화적 부담이 매우 큰 히잡 금지법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기 시작해 이후 성인으로 확대하는 등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자칫 전통문화 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여론 또한 분명 존재하기에 당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온몸을 검은색 옷으로 가리는 것은 우리 국민의 민족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하면서 여론 수습에 나선 바 있다.
결과적으로 카자흐스탄에서 히잡 금지법이 호평을 받자 키르기스스탄도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다만 키르기스스탄은 전체 인구의 87.5%가 이슬람 문화권으로 분류되고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타지기스탄 국경지역과 수도권과의 이슬람 문화는 극명하게 다르기에 결과는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