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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경우는 수많은 '별'들이 명멸하는 쇼비즈니스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흔치 않다. 굳이 찾자면 '아이 레프트 마이 하트 인 샌프란시스코'(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등을 불러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고(故) 토니 베넷 정도가 있다. 그런데 고인은 2023년 96세의 나이로 작고하기 2년 전 더 이상 노래하기 어려울 만큼 알츠하이머 증세가 심해진 뒤에야 은퇴를 선언하고 고별 콘서트를 열었다.
누가 더 대단하다고 비교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주말 서울에서의 콘서트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놓은 '가황'(歌皇) 나훈아가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래서다. 산꼭대기를 지킬 여력이 충분한데도 오랜 여정으로 몸과 마음이 혹시나 흐트러질까봐 하산을 결심한 듯 싶다. 야구팬들의 만류에도 유니폼을 벗기로 마음먹은 이승엽과 이대호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 한해동안 그랬던 것처럼,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하고 전국 순회 콘서트로 최선을 다해 작별 인사를 건넨 지난 일년간의 모습은 박수 받으며 떠난다는 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처럼 귀감이 될 만한 여지가 적지 않은 행보였지만, 빛이 바래고 있어 안타깝다. 정치권 일부가 이번 무대위 그의 몇몇 현실 비판 발언에 날선 반응으로 일관해서다. 야권의 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입 닫고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이냐"며 거칠게 쏘아붙였는데, 듣기에 따라서는 '한평생 노래만 부른 당신이 뭘 안다고 시국에 대해 왈가왈부하냐'는 식의 낮춰보는 속내가 일부 느껴져 거북했다.
어느 한 쪽을 편들든, 모두를 싸 잡아 나무라든 엄밀히 말해 그건 개인의 자유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틀리거나 잘못된 건 아니며, 이를 문제삼아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따지는 행위야말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내가 노래하는 동안 대통령이 11번 바뀌었다"는 70대 가수가 공연 도중 객석을 상대로 던진 한마디에 '허허, 저렇게도 생각하네'라며 웃어넘기는 여유와 관용이 절실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