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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낮추자 은행채 등 시장금리도 함께 떨어졌다. 하지만 5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가파르게 증가하던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7월부터 십수차례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다.
이 덕에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이 잡히더니 올해 들어서는 정치 혼란으로 경기하강 우려마저 커지자 대출 수요가 크게 꺾였다.
게다가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이 새롭게 산정되면서 우량 차주 등을 선점하기 위해 연초 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은행들의 대출 수요 잡기 경쟁 등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대출금리도 실질적으로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11일과 11월 28일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렸고, 이달 이뤄지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달 3일부터 8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9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중 40%는 추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금리 인하기에 본격 들어간 것으로 보이자 시장금리도 빠르게 움직였다. AAA등급 은행채 5년물 평균 금리는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10일 3.3%대를 기록하다가 현재 3%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실제 은행이 적용하는 대출금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총량규제 압박에 나섰고 은행들도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5대은행에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평균금리가 9월엔 3% 후반에서 4% 초반 수준을 보였는데, 기준금리가 두 차례 내려간 11월엔 취급금리가 4% 중후반대로 오히려 올랐다.
하지만 새해 들어선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5대은행 중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가져왔고, SC제일은행은 지난 13일부터 소비자가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우대금리를 올렸다.
다른 은행들도 내부적으로 가산금리 인하와 우대금리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다른 은행과의 대출금리 수준과 시장상황을 보면서 가산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신한은행과 함께 다른 은행들도 인하 행렬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 가계대출 금리 인하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0일 기준 주요 은행 주담대(혼합형) 금리 하단이 3% 후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은행채 금리 등 시장금리 하락폭과 비교하면 낙폭이 작았다. 하지만 연초에는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풀리는데다 우량 차주를 선점하기 위해서도 은행들이 대출 확보 경쟁에 나설 수 있는 만큼, 가산금리 인하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도 연초에는 대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데, 가산금리 인하와 우대금리 확대가 우선시 될 것"이라며 "지난해 가파르게 올랐던 가산금리가 떨어지면 자연스레 시장금리 움직임에 맞춰 대출금리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