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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악 피해’ 중남미, 미국 대신 지구 반대편 중·러에 의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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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리 기자

승인 : 2021. 02. 25. 15:17

APTOPIX Virus Outbreak Mexico <YONHAP NO-3180> (AP)
24일(현지시간) 멕시코 의료진이 한 여성에게 러시아산 백신 스푸트니크Ⅴ를 투여하고 있다./사진=AP 연합
미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리는 중남미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남미는 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로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은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으며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도 확진자가 200만명을 돌파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의료시스템도 마비되면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남미 국가들은 백신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서구권 백신 물량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조기에 ‘싹쓸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은 중남미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WSJ은 전했다.

멕시코는 이날 러시아산 백신인 스푸트니크Ⅴ로 접종을 시작했다. 이날 백신을 접종받은 한 시민은 “어느 나라가 만들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백신을 접종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앞서 스푸트니크Ⅴ 2400만회 분을 계약하고 첫 물량인 20만회 분을 인도 받았다.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도 스푸트니크Ⅴ 접종을 시작했다.
중남미 정책을 총괄했던 토마스 섀넌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러시아가 백신 제공을 통해 냉전 이후 경색됐던 중남미와 관계 회복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 백신이 러시아에게 중남미와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중국도 발 빠르게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리며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이지만 백신만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브라질은 중국 시노백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지난달 17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칠레도 중국 백신 400만회 분을 확보하고 접종을 시작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시노팜 백신을 맞고 손가락으로 V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페루는 시노팜 백신을 실은 비행기 도착 장면을 생중계하며 환호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전부터 중남미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중남미는 에너지,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농축산업 비중이 커 자원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를 지원하며 정치경제적으로 관심을 보여왔고 지난 2018년 아르헨티나와 원자력 사업에서 협력을 확대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최근 시노백 백신 원료공급이 늦어지면서 브라질이 접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에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오는 12월부터 중국산 원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과제다. 브라질 국민 74%가 미국산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데 비해 중국산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선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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