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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 날 없는 아이티의 눈물, 그들은 왜 불붙는 휘발유를 보고 몰려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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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승인 : 2021. 12. 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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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주민들이 14일(현지시간) 카프아이시앵에서 일어난 유조차 폭발 사고 현장에 모여있다. /로이터 연합
국민 60%가 하루 2달러(약 2300원)로 살아가는 최빈국 아이티의 눈물이 마를 날 없다. 대지진이 일어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에다 대통령이 피살되면서 국내 치안은 완전히 무너졌다. 갱단이 지배하는 무법천지가 되면서 극에 달한 연료난이 이번에는 최악의 대형 참극을 불러왔다.

14일(현지시간) 아이티 북부 제2도시인 카프아이시앵에서 휘발유를 운반하던 트럭이 오토바이 택시를 피하려고 급히 방향을 전환하다가 균형을 잃고 전복돼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문제는 전복 이후였다. 트럭이 뒤집어진 뒤 행인들이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휘발유를 가져가려고 몰려들었고 이때 폭발이 일어나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정확한 사상자는 여전히 파악 중인 가운데 현지에서는 이번 폭발로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리크 알모노르 카프아이시앵 부시장에 따르면 불은 인근 주택에까지 옮겨 붙어 피해를 키운 점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장 인근 주택과 상점 등이 폭발로 파손되고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불에 탔다고 확인했다.
밤사이 사고 소식을 전한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3일간 애도기간을 선포할 만큼 심각한 참극이 빚어졌다.

넘어진 유조차로 사람들만 몰려들지 않았어도 대형 참사만은 피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 많다. 아이티 주민들이 사고현장의 위험을 무릅쓴 이면에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뒤 치안이 완전히 무너져 갱단이 활개를 치면서 생긴 최악의 연료난이 존재한다는 진단이다.

100명가량의 사람이 흘러나온 연료를 가져가려고 몰려든 순간 폭발이 발생했다고 설명한 EFE통신은 아이티에서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등지에서 극심한 연료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알렸다.

도시 대부분을 갱단이 장악하고 연료수송을 통제하면서 국민들은 휘발유 한 방울이 아쉬운 실정이다. 악순환의 고리 마지막에 불을 보고 몰려드는 불나방 같은 상황이 참극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아이티는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회생불능 상태다. 그러나 이마저 납치가 성행하는 탓에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어렵게 됐다. 당장은 화재 현장을 수습하기에도 역부족이다. 이브로세 피에르 시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을 통해 “인력과 물질 자원, 혈액, 거즈 등 심각한 화상이 발생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도움을 요청했다.

저스틴 대학 병원의 한 간호사는 AFP통신에 “우리는 여러 중상자를 치료할 능력이 없다”며 “그들을 구할 수 없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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