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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국 칼럼] 기득권 586 세력과 새 정치의 대결, 4·10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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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1. 21. 18:10

고성국 주필
고성국 (아시아투데이 주필, 정치학 박사)
4·10 총선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애초에 4·10 총선은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치러질 것이었다. 정권출범 2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이니만큼 그간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와 심판이 없을 수 없다. 잘한 건 잘한 대로 잘못한 건 잘못한 대로 평가하는 일종의 중간평가 선거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기 어려웠다. 야권도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해 '윤석열 심판'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도이치모터스 특검' 강행과 거부권 유도 전략은 이 같은 정권 심판론을 4·10 총선의 기본 프레임으로 설정하려는 야권의 용의주도한 행보의 일환이었다.

정권 심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야권의 승리는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근래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넘어선 적이 거의 없으므로 야권이 이대로 밀어붙이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새해 들어서면서 선거 구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세 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다. 윤 대통령은 정치무대에서 국정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김 여사는 아예 국민의 눈에서 사라졌다. 정치무대에서 국정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버린 윤 대통령을 무슨 수로 다시 정치무대로 끌어낼 수 있겠는가.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 김 여사를 무슨 수로 심판하자 할 수 있겠는가.

둘째, '윤석열 정권 심판'을 부르짖었던 야권의 중추 세력인 586 세력의 낡은 정치, 기득권 매몰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누가 누굴 심판하는가' 하는 국민적 반감이 조성되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수없이 보고 들었던 내로남불과 위선이 선거 국면에서 다시 조명되면서 기득권이 된 586 세력에 대한 염증과 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이 형성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586은 자랑스러운 훈장이 아니라 주홍 글씨가 되었다.
셋째, 한동훈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새 정치의 흐름이다. 한동훈의 새 정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 행태, 새로운 정치 문화, 새로운 정치 스타일로 가히 전면적인, 정치 혁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국면 전환의 결과 4·10선거 구도는 「윤석열 vs 이재명」에서 「한동훈 vs 이재명」으로 「정권 심판구도」에서 「586 심판구도」로 전환되었다. 정권 심판론 구도라면 집권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러나 586 심판론 구도라면 야권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러한 선거구도 전환의 맨 앞에 한동훈이 있었다. 이번 선거를 「한동훈 선거」로 부르는 이유다.

선거 구도를 바꾸는 데 성공하기는 했으나 한동훈과 여당에게는 지금까지보다 더 어려운 두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하나는 새 정치에 적합한 새 인물들을 제대로 공천하는 것이다. 새 인물 발굴에 실패하고 어떻게 새 정치 이슈를 계속 끌고 갈 수 있겠는가. 다른 하나는 200여 명의 후보들과 당의 주요 관계자들이 새 정치에 어긋나는 언행을 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새 정치의 위해요소들에 대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야권의 공격이 한동훈에게 집중되면서 여당은 한동훈 방탄부대를 구성한다고 한다. 한동훈 방탄부대도 필요하지만 「윤석열·김건희 방탄부대」도 필요하고 「국민의힘 후보자 방탄부대」도 필요하다. 선거는 한동훈이 주도하지만, 한동훈 혼자 치르지는 못한다. 위기관리는 대통령과 한동훈, 그리고 수백 명의 후보들과 수만 명의 운동원들 모두에게 필요하다.

율곡 이이 선생은 「성학집요」에서 당시를 '경장(更張)의 시대'로 정의했다. 태조의 창업기, 세종의 수성기를 지나 폐단이 쌓여 나라의 면모를 새롭게 해야 할 선조의 경장기로 시대구분 한 것이다. 역사는 '경장'에 실패한 선조가 결국 임진왜란으로 나라를 잃어버릴 뻔했던 참담한 진실을 전하고 있다.

그렇다. 지금이 모처럼 맞게 된 낡은 정치 청산의 기회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를 통해 '내 안의 낡은 것들'부터 청산하길 바란다. 누가 더 적극적으로 낡은 정치 청산에 나서는가, 바로 이것이 심판자인 국민의 첫 번째 잣대라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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