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박재형 칼럼] 국제정치·경제 문제로 비화 중인 ‘플랫폼 규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314010007533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3. 14. 18:00

박재형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EU 27개 회원국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구글,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애플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법 중 가장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2020년 12월 법안 초안 발표 당시부터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 법의 핵심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이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총매출액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법 시행 첫날부터 EU 집행위원회는 애플 모바일 운영체제 iOS에 대체 앱스토어 설치를 금지했다는 미국 게임제작사 에픽게임즈의 주장에 대한 애플의 해명을 요구했다.

EU의 새로운 법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등 6곳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규제 대상 6곳 중 중국계 바이트댄스 외에 모두 미국 기업이다. 따라서 해당 기업뿐 아니라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 법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으나 EU의 강한 의지를 꺾지 못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국내에서 규제 압력이 강화되는 중에 EU의 새 법으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도 어려워진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중심으로 독점적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FTC는 관련 기업들의 법 위반 소지를 찾아내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EU, 미국 등과 비교해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네이버 등 독점적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사퇴하게 하는 등 이를 막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독점적 권력을 남용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의 가시적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수의 기업이 온라인을 독점하게 됐다. 알파벳(구글)은 검색,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애플은 하드웨어, 메타(페이스북)는 소셜 네트워킹,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독점 지배한다. 인터넷 혁신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계속되는 사이 독점은 강화됐고, 혁신에 대한 기대는 독점에 대한 회의로 변화했다.

인터넷은 한때 개방적이고 탈중앙화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그것을 자신들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사회적 담론의 동력을 약화하는 여러 차별화된 플랫폼 안에 포함시켰다. 이러한 독점적 기업들은 거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거대한 디지털 커뮤니티를 지배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가지게 됐다.

빅테크 기업들의 독점적이고 반경쟁적인 사업 관행은 이제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그들의 독점적 관행에는 경쟁자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굳건한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인터넷이 주류가 된 이후, 대형 플랫폼들은 무자비하게 그들의 경쟁사를 물리쳤다. 신생 기업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위협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사업을 막거나 아예 인수 합병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페이스북의 SNS 장악력을 위협했던 인스타그램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규모의 경제에서 이익을 얻는다. 디지털 기업의 경우 초기에는 상당한 비용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단 자리 잡으면 이후 추가되는 고객 서비스 비용은 거의 0에 가까워진다. 결과적으로, 자연적 한계가 거의 없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방대한 사용자 기반에서 수집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해 규모를 확대하고 서비스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다. 소규모 기업은 데이터 면에서 이미 경쟁이 어렵다.

인터넷 등 온라인 통신 시스템은 오랫동안 미국 민주주의에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독점적 지위는 이 기업들을 하나의 독점적 권력, 나아가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여러 면에서 페이스북은 전통적인 회사라기보다는 정부에 가깝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으며, 다른 주요 플랫폼도 이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통치는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 지배와 유사하다.

역동적인 경쟁, 국경을 초월한 운영, 네트워크 효과 및 과점 경쟁으로 특징지어지는 디지털 플랫폼은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손상한다. 또한 혁신의 활력을 억제하고 고품질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하고 복잡한 독점 문제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더 엄격한 독점 금지 규제를 받아야 한다.

"엄격한 규제는 모든 것을 정지시키고, 느슨한 규제는 혼란을 가져온다"는 전통적인 규제의 역설은 시장 규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표현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반독점 규제는 이러한 규제의 역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양면적 성격, 역동적인 경쟁, 급진적 혁신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포용적이며 신중한 규제의 원칙을 확립해 적절한 새로운 독점 규제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맥락에서 규제 강화 노력은 규제 자체와 처벌 강화에 지나치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전환과 혁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효과적인 규제 개선을 목표로 한다. 양질의 규제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독점금지법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디지털 경쟁 규칙 개선 조항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됐다. 국가권력을 능가하는 플랫폼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언급했듯이 EU, 미국 등은 규제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독점적 디지털 플랫폼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같은 한국의 독점적 플랫폼 규제는 단순히 국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이들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이미 한 국가를 넘어 국제정치·경제적 문제로 발전 중이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