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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만 11회’ 한은에 쏠린 눈…기준금리, 여름 더위와 함께 꺾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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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원 기자

승인 : 2024. 05. 31. 17:00

한은, 상반기 마지막 금통위서 기준금리 연 3.50% 만장일치 유지 결정
시장 "美보다 선제적 인하 시도 어렵다…최소 3분기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최근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회째 금리가 움직이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선 최소 8~10월경에는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과 국내 가계대부채 동향이 난관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일치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변동성 확대로 물가 상승 리스크가 커지고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다"며 "내수 부문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하기 때문에 물가가 완전히 안정된다고 확신이 들어야 금리 수준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금리인하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더해, 고물가도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예상과 달랐던 부분은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에서 1명의 위원이 여전히 인하 가능성을 열어 뒀고 물가 전망치는 2.6%로 유지했다는 점"이라며 "포워드 가이던스는 기존과 동일하게 5명의 위원이 물가 불확실성을 근거로 향후 3개월 간 동결을, 1명은 내수 개선이 완만할 것이며 물가 둔화 추세가 살아있음을 고려해 인하 가능성을 열어 뒀다"라고 분석했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 역시 "수출 호조로 성장률이 견조하게 이어지더라도 내수 부문의 부진 이어진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본격화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가 예정된 가운데 '금융안정을 고려하면 중립금리 수준이 달라진다'는 언급은 금융안정을 위해서라도 금리 인하가 단행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인하 시점인데, 이는 미국의 금리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스위스, 스웨덴, 체코, 헝가리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도 미국 연준보다 이른 시점인 6월부터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고 재차 예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각자도생'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서도 미국 달러 강세는 지속되고 있는데 금리를 인하했거나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국가들의 특징은 환율이 절상됐거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환율 절하 폭이 적은 국가들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이런 규칙을 감안해서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통화정책과 탈동조화하기 어려운 국가에 해당된다. 원화는 일본보다는 절하 폭이 낮지만 올해 가장 많이 절하된 통화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부담도 크게 늘어날 상황이라 한은이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미국 역시 최소 8월에야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 아래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인하 시기를 3~4분기로 바라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월 초 시점에 시장은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95%로 예측한 바 있으나 최근에는 그 가능성을 20% 수준으로밖에 보고 있지 않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워치의 2024년 FOMC별 금리 인하 예측 확률을 보면, 7월 말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연준과 한은의 순차적 금리 인하를 전제로 한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8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의 첫 금리 인하 단행은 10월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연준의 인하 시점에 대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9월에 첫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한은은 이에 따라 10월에 인하할 것"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렵다"라고 봤다.

한편 카드를 쥐고 있는 한은은 국내 가계대출 동향도 주요하게 살피고 있다.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 자칫 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너무 일찍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로 확대될 리스크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4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조치 등으로 올해 1월 9000억원에서 2월과 3월에 각각 1조9000억원, 4조9000억원씩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4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송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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