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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 칼럼] 구제 불가능해 보이는 어느 3D 노동자

[서지문 칼럼] 구제 불가능해 보이는 어느 3D 노동자

기사승인 2024. 06. 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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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인기도에 비해서 말이 유창하지 못하고 발언 내용이 천박하고 표현의 재치도 전혀 없다. 그래서 그의 인기와 출세는 완전히 불가사의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내 기억으론 처음으로 그가 약간 재치 있는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직은 3-D(dangerous, difficult, dirty) 업종이라는 것이다.

그 말이 약간의 재치를 포함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말이 몇 가지 상치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전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정치인의 발언에서는 365일 가야 '재치'를 건져 올리기 어려우니 이 정도라도 '재치'로 간주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총선 승리 후 이재명은 당대표 연임 이야기가 나오니까 "(민주당) 당대표는 '3D 중에서도 3D업종'이라서 누가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철판을 깐 이재명이라도 친문(親文)계를 대학살하는 공천 과정이 편하지 않았으리라고 추측은 할 수 있다. (아마도 친명이 아닌 세력들을 쳐내는 과정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보다는 누구를 꽂아야 절대적으로 충성할지 가려내는 것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수사, 재판에서의 방어를 위해 당대표 타이틀이 필요한 이재명이 그 보호막 없이 홀로 재판을 견뎌보겠다는 생각을 할까? 그는 이미 성남시장 시절부터 군림하는 데 익숙했고 이제는 '여의도대통령'이라는 의식이 뇌리에 각인되어 있을 터이니 '다시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위선이다.

그의 솔직한 심정은 민주당의 대권후보 지명을 거머쥘 때까지는 당대표 자리를 단단히 붙들고 있고 싶을 것이다. 거대 야당의 당대표는 야권 정치인에게는 어마어마한 선망의 자리지만 이재명에게는 자기 추종 세력을 포진시키기 위해서 친문계와 기타 세력들을 다 제거해야 하는, 손에 피를 묻히는 자리다. 그러니까 3-D 정도가 아니고 인간으로서 차마 못 할 자리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의도대통령'으로 대통령도 능멸하면서 거들먹거리느냐 아니면 철창 뒤의 수인(囚人)이 되느냐를 가르는 마당에서 그가 당 대표 자리를 내놓고 유유자적하겠다는 것은 허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당대표를 맡고 싶어서 맡는 것도 아니고 자기 말고는 적임자가 없어서 맡아주는 것이라는 포즈를 취하면서 그가 당대표를 계속 맡도록 당헌당규 수정을 담당할 배역을 배정해서 그의 당대표 연임 작전에 착수하는 것이다.

수정의 내용은 당헌, 당규상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직무정지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표직 사퇴시한과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 맞물릴 경우 당내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 당규를 손봐야 한다'는데 대선 1년 전에 유력 후보감이 당대표를 사퇴하는 것이 그렇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인가? 이는 오로지 이재명만이 당대표를 해야 하고 당대표에서 곧바로 대선후보로 갈아타야 한다는 말이다.

당론을 위배할 경우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고까지 했으니, 아무도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으니, 민주당은 이제 영구히 이재명의 사당(私黨)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이재명의 연임 포석으로 대의원 비율을 줄이고 권리당원 비율을 3배로 높였고 당 외 추종세력인 잼잼기사단이니 봉사단이 이미 그의 연임을 청원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이 당대표직을 3-D 업종이라서 내팽개칠(사양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중대한 범죄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처지지만 당 대표직은 대통령직보다도 호강스러워 보인다. (고급 영양주사를 맞으며) 이제껏 누구도 감히 시도해 보지 못한 최장기 '출퇴근' 단식도 하고 재판에 출석하기 싫으면 늦게 가겠다, 안 가겠다 통보도 하고,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에서도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총선 국면에서는 친문계를 학살하고 자기 추종자를 전국 254개의 선거구에 공천했다. (사실 공천은 당이 임명한 공천위원회가 하고 당은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이재명은 공천이 힘들었다고 우는소리를 함으로써 그 공천을 모두 자기가 했음을 고백한 셈이다) 그중에는 21명의 범법자를 비롯한 성도착자로 의심되는 자까지 있어 참으로 희한한 인물들의 집합소가 됐다. 민주당은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기소된 자의 직무를 자동정지 하는 당헌당규도 없애려 한다고 한다.

군소정당도 아니고 거대 여당이나 야당의 당대표라면 국회의장 버금가는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 당대표직은 타락했고 이재명의 손에서 진정 3-D 직업이 되었다. 그래서 인격자는 차마 못 할 일이 되었고 이재명처럼 막무가내로 정치적 유불리만을 좇는 사람에게 맞춤형이라고 생각된다.

3-D로 일컬어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물자, 기술, 설비를 생산, 공급하기 위해서 어렵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고마운 대속자(代贖者)들인 3-D 노동자들을 거기에 비유해서 모욕하면 안 된다.

그가 제안한 대로 전국 선거구마다 '지구당'을 부활하게 되면 모조리 이재명의 추종자가 위원장을 맡을 지구당은 다시 비리의 온상으로 부활할 것이다. 이재명은 탄핵을 늦추든, 특검을 늦추든, 여당과 어떤 딜을 치더라도 지구당 부활을 관철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이재명의 지역기반은 더욱 공고해지고 선거유세 인력도 풍족해질 것이다.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정치지망생도 쏟아져 나올 것이고 국회는 더욱더 썩고 부패와 웃돈은 더욱 활발히 순환할 것이다. 이재명을 이 3-D 업종에서 구할 수 있을까? 아주 싫어하는 정치인이기는 하나 그를 이 위험하고 힘들고 지저분한 직책에서 해방할 길이 있으면 좋겠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서지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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