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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여행의 이유

[데스크칼럼] 여행의 이유

기사승인 2024. 06. 1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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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4-01-07 092216
김성환 문화부장
최갑수는 잘 나가는 여행 작가다. 세상을 유랑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에게 물었다. 왜 여행인가. 돌아온 대답은 일본 태생 여행가이자 사진작가 후리와라 신야가 쓴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내가 그곳에 살았던 8년간, 매년 그 동백은 소리 소문 없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는 사라져갔겠지요.'(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얘기는 이랬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짧아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풍경과 새로움은 정해져 있다.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한 구석에서 동백꽃이 피었다 지고 또 우리가 모르는 사랑이 스쳐 지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이 문장을 마주하면 아쉬움의 한숨이 나온단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인생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마도 여행이 아닐까요. 우리가 매일 다니는 길에서 단 한발짝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죠. 1센티미터라도 더 확장된 경험을 가진다면, 우리는 그만큼 더 넓은 세상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여행은 '발로 하는 독서'와 같다는 말도 했다. 독서는 새로운 작가, 등장인물을 만나고 이들의 일상과 생각을 엿보며 이들의 모험에 기꺼이 동참하는 행위다. 여행은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낯선 사람, 새로운 풍경, 통찰과 만남의 연속이다. 이렇게 독서와 여행은 "경계를 넘는다." 여행은 국경을 넘고 독서는 생각과 마음의 경계를 넘는다. 해서 둘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가장 손 쉽고도 강력한 수단이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보다 더욱 몰입과 감동을 전하는 수단 말이다.

공통점은 또 있다. 여행과 독서를 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아주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행길에서 여행자는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된다. 책을 읽다가 '우리가 정말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무지하니 약할 수 밖에.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출발점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할 때가 아닐까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그토록 외친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자신의 영혼을 살피고 돌보게 되는 실마리가 길 위에, 책 속에 있다.

최갑수에게 여행의 이유는 이런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나만 추가하자고 했다. 방점을 찍어야 할 곳은 목적지가 아니라 길 위, 즉 여정이란다. "우리는 언제나 여정 위에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여행한 바로는 목적지에 도착해 우리가 느끼는 건 잠깐의 환희와 피곤, 그리고 깊은 허탈함뿐이라는 것이었죠. 제가 느낀 기쁨과 행복은 그 여정 위에 있었어요. 우리의 인생은 결국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 같아요."

여행을 부르는 계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국민 여행 장려, 지역과 여행 업계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6월 한 달간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 기간 교통·숙박·국내 여행상품 등의 할인이 이어진다. 다양하고 이색적인 여행상품이 선보인다. 평소 접근이 어려웠던 몇몇 여행지도 개방된다. 어디든 떠나시라.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우리의 삶은 풍성해질 것이고 우리는 더 멋지게 성장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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