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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전을 멈춰 세우는 안전규제

[칼럼] 원전을 멈춰 세우는 안전규제

기사승인 2024. 06.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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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선언했다.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하니까 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것을 공학에서는 '하찮은 답(Trivial solution)'이라고 부른다. 없애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항상 답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답은 아니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치자. 그래도 없애고 세우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가동을 하되 안전하게 운영하는 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다. 1990년대 우리나라 원전의 이용률은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미국보다 10% 이상 높았다. 이용률이 10% 높아진다는 것은 원전 0.1기가 더 생기는 것과 똑같은 효과다. 우리나라의 원전이 26기가 있으니, 원전 2.6기가 새로 지어진 셈이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매우 놀라운 운영 성과를 거뒀다. 25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동안 불시 정지는 딱 한 번 발생했다. 원전이 20개월 동안 한 번도 멈추지 않으면 이것을 기록으로 여길만한 일인데, 24기가 그런 기록을 동시에 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용률은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의 원전 이용률은 90%를 넘는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을 세우는 방식으로 안전 규제를 하면서 나타나는 차이다. 뭔가 찜찜하면 무조건 세우고 보는 방식의 안전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안전 규제를 한다면 100명의 원안위와 500명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필요 없다.

원자력 안전 규제는 원자력을 한다는 전제하에 필요한 것이다. 원자력을 쓰지 않는다면 규제기관도 필요 없다. 그렇다면 찜찜해서 원전을 멈춰 세우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빛 3·4호기 격납용기에서 공동(Cavity)이 발견됐다. 격납용기를 건설 과정에서 콘크리트 수축으로 인해 공동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빛 3·4호기는 약 5년이 정지돼, 약 7조원어치의 전력을 생산 못 했다. 만약에 한수원이 민간사업자였다면 소송을 했고 배상을 받았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우리처럼 멈춰 세워 놓지는 않았다.

공동이 발견된 한빛원전은 격납용기의 기능인 사고 시의 밀폐성과 구조적 건전성이 유지됐었다. 원전은 사고 발생 가정하에 격납용기 내부 압력을 높여 누설률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종합누설률시험(ILRT)을 진행한다. 누설이 하루에 1000분의 1 이하여야 합격하고 운전할 수 있다.

그런데 한빛 3·4호기는 공동이 있는 상태에서 이 시험을 통과했다. 또 공동이 있는 상태에서 격납용기 구조건전성 시험(SIT)도 통과했다. 공동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 건전성과 기밀성으로 보면 원전을 멈출 상태는 아니었다. 원전을 정지시켰다고 해도 5년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민 동의와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멈춰 세워둔 것이 과연 대중과 환경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규제기관의 보신주의 때문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발전소를 멈춰 세우는 것은 대중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그렇게 하는 것이다. 세워두면 안전할 것이지만 그렇게 하면 하찮은 답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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