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김용호 칼럼] 트럼프의 유죄 평결 이후 미국 대선은 어디로

[김용호 칼럼] 트럼프의 유죄 평결 이후 미국 대선은 어디로

기사승인 2024. 06. 11. 18:1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유죄 평결이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를 결속시켜
바이든이 열세를 뒤집기 위해 트럼프와 조기 TV 토론 제안
바이든이 경합주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중 고관세와 이민 강경책 채택
트럼프는 경쟁력 있는 부통령 후보 선정으로 판세 굳히기

2023112701003168400177131
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재판에서 지난달 배심원들이 유죄라고 평결했지만, 그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지지는 여전히 강세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트럼프가 자신과 성관계를 가진 여배우의 폭로를 막기 위해 돈을 마련하려고 회사 장부를 조작한 것이다. 그래서 '성 추문 입막음 돈(hush money)' 사건이라고 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이 스캔들이 폭로되면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여 트럼프가 자신의 변호사를 시켜 13만 달러(약1억7000만원)를 여배우에게 전달한 후, 회사 장부에 법률자문료라고 허위 기재하고 회삿돈을 그의 변호사에게 돌려준 것이다. 장부조작 자체는 경미한 범죄이지만, 여배우의 폭로를 막으려는 다른 범죄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에 중범죄(felony)가 된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처음으로 중범죄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대선 후보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 헌법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 조 바이든 간 대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유죄 평결이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평결 직후 트럼프 진영은 24시간 만에 5300만 달러(약727억원)를 모금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백인노동자들과 농촌 유권자들은 트럼프야말로 자신들을 대변하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를 열렬히 지지한다. 열성 지지자 덕택에 후원금이 쌓이자, 의기양양해진 트럼프는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당신이 당선되면 복수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나의 복수는 (대통령으로) 성공하는 것(My revenge will be success)"이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다. 이번 평결로 인해 트럼프 지지자 중에서 약 4% 정도가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트럼프 45.5%, 바이든 45.0% 지지를 얻어 초박빙이다. 그런데 대선의 승패를 결정짓는 7개 경합주(swing state)에서 최소 0.1%, 최대 5.3%의 격차로 트럼프가 여전히 우세를 지키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게 된다.

물론 대선이 아직 약 5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더구나 바이든 대통령은 판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에 바이든이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물리고, 배터리, 태양광 전지, 반도체, 철강 등 핵심 전략물자에 기존보다 4배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이 자동차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 경합주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 바이든은 이번 달에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기존의 이민정책 노선을 바꾸어 남부 국경에 빗장을 거는 강경책을 채택하였다. 새로운 행정명령을 통해 불법 입국자 수가 하루 평균 2500명을 넘을 경우 망명 신청을 차단하고 입국을 자동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불법 이민이 대선의 핵심 이슈인데, 바이든이 이 문제와 관련 트럼프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월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 재임 시 이민 및 국경 안전이 악화했다"는 응답이 56%인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37%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의 92%가 바이든을 지지하고, 8%가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최근 들어 바이든의 경우 80% 이하로 떨어진 반면, 트럼프의 경우 20%로 증가한 것이 주로 불법 이민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은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이 반대한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수용하게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바이든은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대선후보 TV토론을 조기에 개최하는 것을 전격적으로 제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TV토론은 양대 정당의 전당대회가 끝나고 9월이나 10월에 개최되었는데, 이번처럼 이른 시기에 개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바이든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이 매서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이든은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판세를 뒤집기 위해 정면승부를 건 것이다. 트럼프가 이 제안을 수용한 결과, 오는 27일 CNN 주최로 두 후보 간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바이든 진영은 이번 TV토론이 진정한 정책 대결이 될 수 있도록 청중 없이, 또 상대방이 얘기할 때 끼어들지 못하게 본인의 마이크를 끄는 방식을 선택했다. 만약 TV토론을 통해 바이든이 열세를 뒤집는다면 이번 대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한편 트럼프는 새로운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지명이다. 지난 5월 초에 트럼프는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 이미 7명의 부통령 후보를 초청했다. JD 밴스·마코 루비오·팀 스콧 상원의원, 엘리스 스테파닉·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다 주지사,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다 주지사 등이 트럼프를 향해 충성 경쟁을 벌였다. 트럼프가 누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의 약점을 커버해 줄 수 있는 경우 트럼프의 새로운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부통령 후보의 자질이 부족하거나 실수가 많은 경우 그의 새로운 약점(liability)이 될 수도 있다. 아마 트럼프가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7월 15일~18일 중에 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함으로써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이 외에도 트럼프나 바이든은 대선 승리를 위해 남은 5개월 동안 새로운 정치적 카드나 정책을 개발하고 유력인사의 지지를 얻으려고 골몰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가 깊은 관심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 특히 트럼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