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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단 0.1%포인트만 올려도 개악인 이유

[칼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단 0.1%포인트만 올려도 개악인 이유

기사승인 2024. 06. 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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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명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윤석열 정부가 오래간만에 일다운 일을 해냈다. 지난 5월 말에 거대 야당 대표, 국회의장, 대부분의 보수 언론마저도 가세했었던 파상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연금개혁 문제를 22대 국회로 넘겼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특히 마지막 10여 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복기해 보면, 누군가가 그려 놓은 밑그림 아래 총공세를 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졌었다.

22대 국회로 연금개혁 문제를 넘기자는 한 보수 언론사 편집인(사장)의 칼럼이 거의 유일했을 정도로 일방적으로 몰렸던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 유력 보수 언론사는 연금개혁 무산 시 대통령이 책임을 질 거냐는 협박성의 사설을 실었다. 그 언론사는 5월 이후에도 여전히 유사한 톤의 사설과 칼럼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보건복지부조차도 국민연금 개악안의 21대 국회 통과를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을 했었다. 왜곡된 자료 제공, 또 개혁과 개악을 구분조차도 못 하는 전문가들을 앞세워, '소득대체율 44%-보험료 13%'를 개혁안이라고 호도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연금문제 하나만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윤석열 정부가 뚝심 있게 잘 버텨냈다고 높이 평가하는 거다.

지난 1년 동안 필자가 연금개혁 문제와 관련하여 윤석열 정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칼럼을 썼었던 적도, 또 방송했던 적도 거의 없다. 그러니 필자의 이 칼럼이 뭐 하나 바라는 아부성 발언이라고 오해하지는 말기 바란다. 잘한 건 잘한 거고, 못한 건 못한 것이다. 너무도 한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또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필자가 소속된 연금연구회는 지난 4월 3일 국회 앞에서의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하여 수차례 입장문을 발표했었다. 최대 고비였던 5월 22일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5월 28일에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4차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소득대체율을 단 0.1% 포인트라도 인상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단언했었다. 연금연구회가 21대 국회에서 연금 개편안이 통과되는 것을 왜 그토록 막으려 했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공론화위원회 논의내용을 보고받던 자리에서 주호영 국회 연금특위 위원장이 했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쪽에서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0%'안을 제시했다면, 등가성 원칙에 따라 다른 대안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2%'안이었어야 했다." 주호영 특위 위원장이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연금수리 관점에서 볼 때, '보험료 1%포인트를 인상한다면 소득대체율은 2%포인트만 인상해야 등가가 된다', 즉 그렇게 해야만 추가로 재정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위함이었다.

한쪽에서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0%'안을 제안했으니, 이러한 등가성 원칙을 고려할 때, 단 1%포인트의 보험료만을 더 올리는 안을 제안하고자 한다면,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2%'안이 제시됐어야 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에게 1안으로 제시된 '보험료 13%-소득대체율 50%'안이, 당시 2안으로 제시되었던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0%'안과는 객관적으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즉 극단적인 포퓰리즘 안임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 16일 필자와 주호영 특위 위원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 내용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었다. 당시 전화 통화에서 필자가 주호영 위원장에게 했던 말이다. "우리 연금 논의 현실이 어찌 이리도 어처구니가 없는지 모르겠다! 소위 자칭·타칭 연금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전문성이 국회의원보다도 못해서 하는 말이다. 특위 위원장의 이 지적을, 공론화위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왜 문제 제기조차도 못 했던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대목은 주호영 위원장 발언조차도 절반만 타당하다는 점이다. 주 위원장 발언은 우리 국민연금이 여타 OECD 회원국들처럼 수지균형 상태에 도달했을 때에만 타당할 수가 있어서다. '수지균형'이란 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와 받을 연금액이 똑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 수준의 연금(42% 소득대체율)을 지급하는 OECD 회원국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평균적으로 18∼20% 수준이다. 우리 국민연금이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인 9% 보험료를 부담하다 보니 연금수지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 상황이 이러함에도 OECD 회원국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등가성 원칙에 기반하여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되었던 두 안을 비교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주 위원장 발언은 절반만 타당하다고 하는 것이다.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지균형 보험료율이 19.8%이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할지라도, 보험료를 19.8% 걷어야 수지균형, 즉 미래세대에게 더 이상의 빚 폭탄을 떠넘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사실은, 역사적 합의라고 자화자찬하던 그 개편안이 실상은 엄청난 개악안임을 의미한다. 이미 발생한 천문학적인 연금 빚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극단적인 전제 하에서도, 개혁 이후에 빚이 더 늘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소득대체율 44%-보험료 13%안'의 경우 최소 21.8%를 걷어야 한다. 21.8%를 걷어야 하는데, 13%만 걷으니 8.8%포인트나 적게 걷음으로써, 매년 그만큼의 연금 빚이 더 늘어난다. 2050년의 국민연금 미(未)적립부채가 6366조원으로, 단 27년 만에 3.5배나 급증하는 배경이다.

이처럼 개악 중에서도 개악인 안을 개혁안이라고 호도하면서, 국민과 언론을 기망했었다. 극히 소수 언론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이 가세하면서, '개악안을 받지 않았던' 윤석열 정부를 총공격했던 것이 지난 5월의 마지막 10일이었다. 그러니 당시 일들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역사에 길이 남기기 위해서다. 개악안을 개혁안으로 호도하면서 대한민국을 회복 불가능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리려 했었던,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주도했던 집단을 역사의 청문회에 올리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대로 확보해야 해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명(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전 한국연금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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