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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의 컬처&] 주 4일제의 허와 실

[윤현정의 컬처&] 주 4일제의 허와 실

기사승인 2024. 06.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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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평균임금 OECD 평균 90% 돌파<YONHAP NO-4143>
서울 세종로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 /연합
지난 한 주, 가장 뜨거웠던 뉴스는 바로 주 4일제에 대한 이슈였다. 사실 필자는 주 4일제 뉴스를 접하자마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30대에 아무런 도움 없이 홀로 창업을 시작한 나로서는 코로나와 다양한 외부 요인들을 겪어내며 '회사의 생존'을 지켜내는 것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밤낮 없이 함께 일해준 직원들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고, 덕분에 회사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2021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워라밸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텅 빈 사무실에서 새벽까지 업무를 보는 일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가끔 대표들끼리 만나면 같은 상황에 처한 웃픈 이야기를 나누며, 동변상련의 위안을 받기도 했다.

필자는 '주 4일제는 시간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0년 뒤에는 주 4일제가 아니라 주 3일제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현실적으로 주 4일제가 가능한 회사는 충분한 이익이 나는 안정적인 대기업과 중견기업, 일부 강소기업에 한정될 것이다. 대한민국 기업의 99.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근로자의 33%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큰 한숨을 내뱉고 있을 것이다.

주 4일제가 먼저 시행되는 대기업과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가장 늦게 시행 될 중소기업의 근로자는 또 다른 근로 환경의 격차와 심리적 상실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재정적으로 긴축정책이 불가피한 회사들은 회사나 직원의 규모를 줄이는 경우도 불가피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몇 해 전부터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해외지사 설립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AI의 활용이 업무 효율성에 큰 영향을 주는 시대에, 한국어보다 영어를 사용하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의 저렴한 인력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행, 문화 뿐 아니라 기업의 세계화 또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대안으로 해외 인력의 활용은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미 필리핀의 콜센터와 화상영어, 인도의 원격 개발자 활용 비대면과 온라인을 활용한 글로벌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미국에서는 최저 시급 16달러의 미국인 대신, 최저 시급 3.75달러의 동남아 인력이 '줌'으로 주문을 받고 결제하는 '원격 종업원' 이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주 5일을 일하지만, 일부 업종에서는 주 6일을 근무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 4일제 근무를 하게 된다면, 기업들은 주 5~6일을 일하는 동남아의 저렴한 인력과 주 4일을 일하는 비싼 인력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기업, 공기업에 다니고 있거나, AI로 대체되지 않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문 직종이 아니라면, 주 4일제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가 간의 경계가 사라지고, 경제적 이익과 회사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기업들은 무인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등 비싼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적 혁신을 끊임없이 이루어 낼 것이며, AI와 많은 자동화 툴을 다룰 수 있는 해외 인력이라면, 굳이 지사 설립 없이 비대면으로도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 4일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는 소식에 그게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경영자는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많은 기업들이 애로를 느끼고 해외인력 활용도 AI 활용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는 다시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가지지 못한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거리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시간 모션 캡처(motion capture)와 페이스 매핑(mapping) 기술, 디지털 휴먼과 번역 기술 등 기술의 발달은 언어와 물리적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을 것이다. 주 4일제로 이루어질 워라밸과 삶의 여유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커다란 문제들도 잘 인지해야 한다. 법률을 만드는 사람들은 일거리 감축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자들은 세계화의 트렌드와 상황을 인지하고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또 근로자들은 지속가능한 나만의 능력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계발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시인·아이랩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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