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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잔해 제거 작업 연기 원인은 ‘관리소홀’…도쿄전력, 또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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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4. 09. 05. 13:56

작업은 협력업체만 참여…도쿄전력 직원 현장시찰은 전무
일본_도쿄전력
고바야카와 토모아키 도쿄전력 사장(왼쪽)이 4일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사이토 켄 장관과 면담을 갖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2호기 내 '핵연료 잔해(데브리·デブリ)' 제거 작업이 연기된 원인에 대해 보고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일본 TBS 뉴스화면 캡처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관리부실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고바야카와 토모아키 도쿄전력 사장은 전날 도쿄 경제산업성을 찾아 사이토 켄 경제산업상에게 후쿠시마 1원전 2호기 내 '핵연료 잔해(데브리·デブリ)' 채취 작업이 연기된 원인에 대해 보고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지난달 22일부터 2주에 걸쳐 2호기에서 3g 미만의 핵연료 잔해를 시험 채취하는 작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해당 작업을 수행할 파이프 모양의 장치를 원자로 격납 용기 관통부에 설치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당시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중단 원인은 단순한 기술적 오류였다.

하지만 이날 고바야카와 사장이 소관부처 장관에게 보고한 근본 원인은 도쿄전력의 작업관리 소홀이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특히 작업 준비는 협력업체(하청기업) 중심으로 이뤄졌을 뿐 관리책임이 있는 도쿄전력 직원은 현장 시찰을 한번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바야카와 사장은 장관 면담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단순 작업 부분에 대한 관리가 불충분했다"며 "매우 뼈아픈 심정으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전력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뒷처리 과정에서 말썽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쿄전력은 애초 2021년부터 핵연료 잔해 채취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위해 개발한 로봇 팔이 원자로 내 퇴적물 때문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난관을 만나면서 세 차례나 회수 작업을 미뤘다.

여기에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전력 협력업체 직원들이 오염수 정화 장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배관을 청소하다가 방사성 액체를 뒤집어썼고, 올해 2월에는 밸브를 실수로 열고 오염수 정화 장치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가 오염수가 무려 1.5톤이나 땅에 스며드는 등 치명적인 사고도 잇따랐다.

잇딴 사고에 원전 관리 소관부처 장관인 사이토 경제산업상이 매번 고바야카와 사장을 불러 작업에 만전을 기하라며 질책했지만 소용 없었다. 사이토 경제산업상은 이번 핵연료 잔해 채취 작업 연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긴장감을 갖고 대응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개선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핵연료 잔해 채취는 사고 원전 폐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일컬어진다. 핵연료 잔해는 냉각수와 함께 원자로 시설 안으로 유입되는 지하수, 빗물과 접촉하면서 계속 오염수를 발생시키고 있다. 하지만 거듭된 채취 작업 지연으로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의 추가 발생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오염수의 해양 방류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1∼3호기에는 핵연료 잔해가 880톤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2051년께 후쿠시마 원전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핵연료 잔해 채취 작업이 지연되면 이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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