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후년 상반기까지 대규모 시설 투자만 2000억대
지역 및 정치권 "MBK 넘어갈 시투자 축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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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결국 사들인 기업을 더 큰 이익을 내고 팔아야 하는 특성상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미래 신사업이나 장기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대주주 변동 시 신사업 유지 및 발전 계획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R&D 금액으로 약 244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3년간인 2019~2021년 금액이 약 86억원으로, 2년 반동안 2.8배 이상의 금액을 R&D 비용으로 쓴 것이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투자도 예정해 놨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2차전지 소재·자원순환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2033년까지 총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지난 2022년 12월부터 진행해 오는 2026년 6월까지 예정된 시설 투자 금액만 2290억원이다. 동순환 자원 처리공정 개발과 자가매립시설 설치 공사 등이 주를 이룬다.
주요 해외 자회사에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 기준 총 6013억원을 지출했다. 고려아연은 자회사인 아크에너지의 호주 내 태양광 발전시설 및 맥킨타이어의 풍력 발전 시설 가동을 통해 그린수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해당 생산량을 온산제련소에 도입해 전력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신사업 투자는 MBK 측과 의견이 갈리는 지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MBK 측은 '일정기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신사업 투자가 지속될 경우, 2029년 고려아연의 부채는 약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우려를 표한 이그니오홀딩스는 친환경 사업과 연관된 폐기물수거 및 재활용 업체 회사다. MBK-영풍 측은 이그니오 투자 건에 대해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매출액의 200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투자했다"면서 '나쁜 투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협력 기업들로부터 투자에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는 분위기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대주주 혹은 경영진이 바뀌어 경영 기조에 변화가 생긴다면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한 노선도 재정비될 수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2030년까지 빼곡하게 세웠던 투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MBK 측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는 울산지역과 정치권에서도 비판하는 지점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사모펀드의 주된 목표가 단기간 내 높은 수익률 달성임을 고려하면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 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이 시도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단기 수익을 좇는 사모펀드가 기업에 들어서면 구조조정과 일자리 감소가 수반되는 것이 다반사"라며 "지역 사회의 고용과 신사업 투자 축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