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취임 후 누적투자 34조9913억 해외 등 적극행보, 1억대 달성 밑바탕 현대웨이 120조… 모빌리티 혁신 주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이후 약 4년간 현대자동차가 연구개발(R&D)·공장 신증설 등에 투입한 누적 투자금액이 4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적극적인 해외 법인 설립과 공장 신설 등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투자 확대 기조가 1억대 판매 달성에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내실을 다진 현대차는 10년간 120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담긴 '현대웨이'의 실행을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누적 투자액 35조원 육박… 매년 상승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차 반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집행한 투자금액은 총 6조859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대차가 올해 투자를 계획한 금액(15조146억원)의 약 45.7%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현대차의 투자 규모는 2020년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과 함께 이듬해부터 매년 상승을 거듭했다. 지난 2021년 7조5370억원이었던 투자 규모는 이듬해 8조4897억원, 지난해 12조695억원까지 올랐고, 올해는 15조원 이상의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가 투자한 누적 금액(2020년 4분기 제외)은 총 34조9913억원으로 35조원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예정대로 투자가 진행되면, 4년간 약 43조원이 연구개발·제품 개발·공장 신증설 등에 투자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R&D 투자에만 한 해 평균 3조5000억원 넘게 투입하며 친환경차 등 미래차 연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R&D 투자 규모 역시 매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 등 적극 투자 없었다면 단기간 1억대 불가능했을 것"
이 같은 적극적인 투자 확대는 현대차가 단기간에 '1억대 금자탑'을 달성하는 데도 밑바탕이 됐다. 특히 1억대 판매에선 상대적으로 탄력성이 부족한 국내보다는 해외 비중이 절대적 역할을 차지하는데, 적극적인 해외 법인 설립 및 공장 신설, 수출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판매량은 해외 수출을 본격 늘린 200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 1995년 튀르키예에 첫 해외 공장을 세운 뒤 유럽·미국·아시아 등으로 발을 넓혀 세계 곳곳에 공장을 설립하며 연간 375만대(지난해 기준·중국 제외) 생산 능력을 갖췄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의 경우 생산 물량을 늘린다고 해도 노조 리스크 등도 있다 보니 예측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며 "해외 곳곳에 적극적으로 현지화를 통해 생산 공장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었다"고 분석했다.
◇"폭스바겐도 공장 폐쇄한다는데"…10년간 120조원 '현대웨이' 나홀로 '씽씽'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가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중장기 미래 전략 '현대웨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입해 '현대웨이' 실행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발표했던 10년간(2023~2032년) 투자액 109조4000억원 대비 10.1% 상승한 금액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와 EREV 도입, 소프트웨어 전략, 에너지 전략 등 3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추진한다.
현대차의 중장기 계획 '현대웨이'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의 완성차 시장 한파와도 연관이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실적이 부진한 완성차 업체들은 인력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폭스바겐그룹은 87년의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2곳의 폐쇄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매체는 이 경우 일자리 약 2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10년간 R&D 투자에 54조5000억원, 설비투자(CAPEX)에 51조6000억원, 전략투자에 14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 올해 초에는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서 R&D 인력 8만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호근 교수는 "세계 3위까지 올라왔지만 차세대 자동차에 대한 방향성을 빠르게 쫓아가야 하는 입장인 것은 맞다"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분야를 두루 섭렵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과 달리 투자 확대는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