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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알 수 없는 인허가 지연

[칼럼] 알 수 없는 인허가 지연

기사승인 2024. 10.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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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우리는 외국기술을 통해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을 국산화했다. 기초에서부터 기술개발을 거쳐 원전을 개발하려면 엄청난 투자와 세월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이른바 중간진입전략을 통해 산업기술을 중심으로 국산화를 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국산화를 했다. 원전개발 초기에는 다양한 원전의 백화점이었다. 웨스팅하우스·캐나다원자력공사·프라마톰·컴버스쳔엔지니어링 등으로부터 원전이 도입됐다. 분단국이 원자력 시설을 보유하는데 따른 견제를 해소해야 했을 것이고,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원전 외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빛3·4호기부터는 컴버스쳔엔지니어링에서 도입한 기술을 토대로 한국표준형원자로(KSNP)를 지속적으로 건설하게 됐다. 한국표준형원자로는 OPR1000으로 개명돼 우리나라에 총10기가 건설됐다. 이후에 개발한 APR1400 또한 국내에서 8기 또 UAE에 4기가 건설돼 총 12기가 건설됐다.

최초 건설되는 원자로형의 경우, 이것저것 심사할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반복건설되는 원자로형의 경우에는 상당 부분이 이전의 원자로와 유사할 것이다. 물론 매번 건설하면서 이전 원자로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건설이 진행된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적 개념과 설계가 동일하다. 그렇다면 인허가 기간이 짧아져야 정상이 아닐까? 그런데 최근에는 반복건설임에도 인허가기간이 더 길어진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기술능력이 높아졌을 것임에도 허가기간이 길어진다. 더 오래동안 검토하고 질의응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원자력안전규제는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업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다. 민주국가에서 사업자는 자유롭게 사업을 할 수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관리를 잘 하는 차주의 경우에는 굳이 정기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브레이크 라이닝과 타이어를 자주 새 것으로 교환한다면 제동장치의 문제로 대중에 피해를 끼칠 영향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실제로 그런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기검사 등의 제도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가지는 것이다. 즉 대중의 안전과 환경보호를 확인할 목적으로 차주에 불편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성을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차주의 불편함과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따른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지만 사업자의 사업권에 침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규제기관의 몫이다. 그것이 원자력발전소 건설허가와 운영허가를 나눠놓은 이유기도 하다. 건설허가는 설계의 20~30% 수준에서, 운영허가는 설계의 50~60% 수준에서 검토한다. 즉 설계가 완성되지 않더라도 건설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건설을 진행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업자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설계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건설허가를 받아서 건설을 하고 운영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핵연료가 장전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의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전제를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설계가 완성되지 않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도 미국에서 건설허가를 받고 건설에 착수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건설허가 과정에서 뒷단에서 검토할 것을 한다던지, 건설에 필요하지 않은 다른 것까지 검토해 사업자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면 규제기관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또 원자력안전위원의 개인적 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추가적 질의응답이 이루어지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원전뿐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 등의 인허가도 동일한 것인데도 늦어지고 있다.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는 효율성(Efficiency)를 규제의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규제검토 후 지체없이 허가를 준다'는 것이다. 규제기관이 안전성을 확인한다는 목적으로 사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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