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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속도 올리자”…수도권에 다시 뜨는 ‘신탁 방식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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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4. 10. 21. 14:14

목동신시가지 14개 재건축 단지 중 9곳 신탁 방식 추진
경기 통합 재건축 단지서도 인기…성남 분당·광명 하안 등
"건설·금융 전문가로 구성…갈등 중재·공사비 협상 측면에서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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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현장 모습./연합뉴스
아파트 주민이 직접 조합을 만들지 않고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신탁 방식 재건축'이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업지마다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자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곳이 많아졌다.

신탁 방식은 도시정비사업 진행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전 과정을 도맡기 때문에 조합 내 갈등을 줄일 수 있고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 중 8곳이 사업을 맡아줄 신탁사 선정을 완료했다. 2단지(하나자산신탁)·5단지(하나자산신탁)·7단지(코람코자산신탁)·9단지(한국자산신탁)·10단지(한국토지신탁)·11단지(한국자산신탁)·13단지(대신자산신탁)·14단지(KB부동산신탁) 등이 신탁사를 재건축 파트너로 구했다.

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총 2만6600여가구에 달하는 목동 14개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지연 이유는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사업 안정성 저하 우려 때문이었다"며 "현재 정부가 '재건축 특례법' 제정과 공사비 안정화 노력 등에 힘을 쏟는 가운데 건설·금융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탁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면 조합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신탁 방식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접한 다른 아파트 단지와 함께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업지에서도 신탁 방식은 인기를 얻고 있다. 독립된 아파트들이 함께 재건축을 추진하며 발생할 수 있는 주민 간 갈등을 사업에 참여한 신탁사들이 중재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공모에 나란히 출사표를 던진 분당신도시 '시범 우성·현대아파트'(3569가구)와 '한솔마을 1·2·3단지'(1872가구)는 지난 6월 각각 한국토지신탁와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경기 광명시에서도 전체 3566가구 규모의 하안주공3·4단지와 하안주공10·11단지(3112가구) 통합 재건축 준비위원회 등이 최근 대한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과 재건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다만 신탁 방식이 재건축 사업에서 대세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신탁 방식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만해도 공사비 책정을 놓고 시공사와의 협상 및 조합 내부 갈등 등을 원활히 풀어나갈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이 발생하면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신탁 방식 재건축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신탁사들의 적극적인 사업 완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신탁 방식이 재건축에 도입된 이후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곳이 거의 없다. 지난해 KB부동산신탁을 통해 재건축을 진행하던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경우 시공자 선정 입찰 지침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은 KB부동산신탁의 사업 방식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신탁사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통상 신탁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총 매출액(일반분양 수입)의 1~3% 정도다. 서울 재건축 단지의 경우 신탁사 수수료만 수십~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이 비용은 결국 주민 분담금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사업이 좌초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 방식은 재건축 사업 전권을 신탁사에 넘기는 것이기에 입주민 입장에선 신탁사별 사업 운영 능력과 의지, 자금 여력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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