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정치 테마주’ 투기로 변질된 국내 증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219010011420

글자크기

닫기

남미경 기자

승인 : 2024. 12. 19. 18:30

p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반갑지 않은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정치 테마주' 얘기인데요.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증시는 힘을 잃었지만 테마주 투기 열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정치 이슈에 따라 특정 정치인과 연결고리만 있으면 급부상하는 것과 동시에 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테마주 광풍의 서막은 계엄 사태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종목들이 연이어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탄핵안이 가결되고 나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났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되면서 관련 종목들이 널뛰었습니다.

정치 테마주가 극성을 부린 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이번은 '해도 너무 하다'는 얘기가 무성합니다. 급부상한 종목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럴만도 합니다. 한동훈 전 대표 테마주로 부상한 대상홀딩스는 계엄 사태 다음날 하루 만에 30%나 올랐습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한 전 대표가 사퇴한 날에는 12%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종목은 한 전 대표와 현대고 동창인 배우 이정재 씨의 여자친구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입니다.

우원식 의장 관련주인 뱅크웨어글로벌, 효성오앤비 등도 회사 최고경영자가 우 의장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는데, 우 의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학연과 지연으로 테마주로 묶고 투자자들이 이를 따라가는 투기가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죠.
더 중요한 건 정치 테마주 열풍이 국내 증시를 혼탁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실제 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19일까지 국내 증시 거래량 10개 상위 종목을 보면 절반이 정치 테마주였습니다. 여기에는 김동연 경기도 지사의 SG글로벌, 안철수 의원의 써니전자, 우원식 의장의 대원전선 등이 포함됐습니다. 사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증권가에선 계엄 사태로 등을 돌린 개미들이 국내장으로 돌아올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실제로도 개미들은 16일부터 19일까지 1조5000억원어치를 넘게 사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선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영향으로 개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 팀장은 개미들 매수세가 들어온 건 맞지만, 투기 세력에 의한 반짝 효과로 보여진다고 했습니다.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표 종목들의 움직임이 크지 않는 것이 근거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국내장은 투기에 의한 정치 테마주 쏠림 현상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건전한 장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죠.

금융당국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습니다. 투기 세력에 의한 허위사실 배포 등의 불법 행위가 있지는 않은지 금융당국이 면밀히 살피고 적극 조사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스스로가 투기성 종목에 현혹되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 가치와 무관한 투기성 투자는 큰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남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