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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피고인 양승태의 일갈이 공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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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19. 03. 04. 14:34

피고인의 권리보다 엘리트주의 추구했던 양승태
피고인 신분 전락 후 방어권 강조 모습에 '씁쓸'
황의중 기자의 눈
“검찰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방대한 기록의 장벽 앞에 나는 호밋자루 하나 없이 서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보석 심문기일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검찰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자신이 한 말과 달리 꾸며지는 검찰 조서를 두고 검찰을 조물주로 비꼬았다. 또 자신의 임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을 이 잡듯이 뒤지고 털어 자신도 기억나지 않는 사항을 질문하는 수사 방식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의 외침은 절묘한 비유로 점철됐지만 어딘가 공허하다.

그처럼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강하게 비판했던 전직 대법원장이 또 있었다.
바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다. 그는 “검찰 조서는 집어던져라”라며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했다. 2005년 취임한 이 전 대법원장은 임기 내내 ‘불구속 재판 원칙’을 강조했다. 그의 재직 시절인 2008년부터 영장실질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됐고 구속영장 발부율은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해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했다거나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힘썼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상고법원 도입이다. 상고법원은 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이 맡는 상고심 사건 중 단순 사건만을 별도로 처리하는 법원을 말한다. 늘어나는 상고심 사건으로 대법관 숫자를 늘릴 수밖에 없게 되자 대법관 숫자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꼼수였다.

한술 더 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로비 수단으로 활용했다. 거래 대상에는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사건이나 코레일 여승무원 사건처럼 한 서린 약자들의 사건도 포함됐다.

그런 그가 이제와 피고인의 권리를 말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후배 법관들조차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닐까.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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