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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주저앉은 국회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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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기자

승인 : 2019. 03.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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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임유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여야 강(强) 대 강(强)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결정적 발단이 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3일 “원내대표는 연설할 때 언어의 품격을 갖춰야 하는데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 발언으로서 정치적 금도를 넘었다”면서 “민주당의 반응은 도저히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한심했다”고 양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 연설은 최근 한국당 지지율이 빠르게 회복하는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리가 아니고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좀더 절제와 품격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되고 향후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핵심 지지층과 당심(黨心)을 끌어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심(民心)을 얻지 못하면 총선도 대선도 결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강경 보수층은 물론 합리적 보수, 중도층까지 끌어 오는데 나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이 어느 정도 먹혔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응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고성과 삿대짓, 퇴장 등으로 거세게 항의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민주당이 야당 당시 대통령에게 ‘귀태’나 ‘쥐박이’라고 했던 것도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나 원내대표 연설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여당 대표까지 나서서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현행 형법에도 없는 말을 꺼내면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각 당이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민의의 전당인 본회의장에서 거대 양당이 치고받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정치 혐오감만 느낀다. 국민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여야, 언어의 무게를 아는 정치인, 품격 있는 국회를 보고 싶다. 두 달 동안 공전만 거듭하다가 어렵사리 연 국회 본회의장에서 쌈박질만 하고 민생·경제·개혁 법안은 뒷전으로 하는 국회를 우리 국민들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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