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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노조 파업 여파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 조합원들이 1독과 선박을 점거하면서 건조한 선체를 바다에 띄우는 진수 작업은 물론 선·후행 공정이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누적 피해액은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과 고정비 손실, 인도 기간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 리스크 등을 추산한 금액이다.
그동안 불황을 겪었던 조선업계는 최근 시황 개선으로 대규모 수주가 잇따랐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선박 계약 해지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정부로부터 9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1분기에도 4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부채비율도 3월 기준 54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청업체 노조의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는 선주들의 신뢰도 하락이다. 해당 독에서 건조작업이 중단되면서 납기일이 밀리고 인도 기간을 맞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선주사들의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납기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금도 발생하게 된다. 향후 수주 과정에서 선주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을 외면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조선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의 선박 건조장 점거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법원도 이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파업은 끝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불법 파업은 중단돼야 한다. 원청인 대우조선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중재하며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