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고] 공정 플랫폼 핵심 ‘목소리의 균형’과 반대로 가는 네이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1.asiatoday.co.kr/kn/view.php?key=20230212010006274

글자크기

닫기

논설심의실

승인 : 2023. 02. 13. 07:05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공정 플랫폼의 핵심 '목소리의 균형'
불공정, 민주주의 희석·사회적 분열 심화
독점적 권력 네이버, 공정과 반대 방향
박재형
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
자녀 입시 비리 협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대부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조국 사태'는 2019년 이후 대한민국 국민을 양쪽으로 갈라놓고 갈등을 심화시켰다. 많은 국민, 특히 젊은이들은 조국 전 장관 일가의 행태를 보며 분노하고 좌절했다. 그들의 분노와 좌절은 '공정(公正)'이라는 가치가 무너졌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인터넷 초기 발달 단계에 많은 사람은 기술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민 입장에서 볼 때 신기술은 정신적 가치와 지적인 선택 능력 감소라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사용하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선전이나 원하지 않는 세뇌에 더 적합하다. 둘째, 닫힌 방 안에서 같은 소리만 듣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특성은 극단적인 부족주의 경향을 강화한다. 셋째, 정부와 기업이 모든 종류의 개인정보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

온라인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는 유용한 정보보다 소음을 널리 퍼뜨린다는 데 있다.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자신의 힘과 자원을 이용해 평균적인 시민보다 훨씬 더 크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해졌다. 힘 있는 집단에 의해,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에코 체임버 안에서 가장 시끄럽고 극단적인 목소리만 반복 재생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공개 토론에서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듣는 사람을 일반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등 극단으로 몰아간다.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플랫폼은 국민의 의견을 공정하게 대변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 공정함에는 반드시 목소리의 균형이 포함되어야 한다. '목소리의 균형'이 공정한 플랫폼의 핵심인 것이다.

국민의 의견을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의 균형은 곧 플랫폼 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쟁의 공정성과 연결된다. 독점적 플랫폼이 인터넷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미국 등 세계적으로 검색은 구글, 온라인 쇼핑은 아마존, 디지털 하드웨어는 애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가 지배한다.

한국에서 독점적 플랫폼 네이버의 지배력은 이를 능가한다. 특히 네이버는 뉴스 정보 제공의 독점적 지배력을 과시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며, 혁신에 의한 발전을 가로막는다. 또한 플랫폼의 반경쟁적인 사업 관행은 독점에 따른 폐해를 계속 악화시킨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대형 플랫폼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의 경쟁자를 물리쳤다. 이들은 기술력이 뛰어난 수많은 스타트업의 인수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인수의 주목적은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전에 제거하는 데 있다. 미래의 아마존·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 등으로 자랄 싹이 보이는 기업을 일찌감치 흡수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인 상품 및 서비스와 달리 뉴스 정보 제공의 독점에 따른 문제는 경제적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플랫폼의 독점적 뉴스 정보 제공으로 인한 언론의 공정한 경쟁 기회 침해는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심각하다. 미국과 유럽 등 정치권이 아마존·애플·MS 등의 독점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독점 문제에 훨씬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정보 경쟁의 불공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권위주의적 제도와 포퓰리즘, 그리고 디지털 플랫폼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유난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의 효과는 민주주의가 희석되고, 감시국가 체제를 강화하며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반대 운동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힘과 자원의 불평등은 공정한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권력과 대기업은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그들의 목표 대상으로 머물도록 한다. 공정의 가치를 원하는 이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독점적 권력을 바탕으로 언론사별로 등급을 매겨 대중의 뉴스 정보 이용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네이버의 정책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렇지 않아도 네이버의 뉴스 정보 제공과 관련해 공정성·신뢰성·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공정한 플랫폼의 핵심인 목소리의 균형, 공정 경쟁의 보장과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다.
논설심의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