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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칼럼]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쇼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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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2. 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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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전 통일연구원장
북한의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치밀하게 짜여진 사전 각본에 따라 신속하게 펼쳐진 '기만과 기습'의 쇼였다. 11월 22일부터 12월 1일 사이에 발사하겠다고 하고는 발표 당일인 21일 밤에 기습 발사한 것, 한국이 9·19 군사합의 일부의 효력을 정지시키자 기다렸다는 듯 '전면 파기'로 대응한 것, 합의 파기의 책임을 남쪽에 전가하는 상투적 행태를 보인 것, 김정은 위원장이 "만 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에 만 리를 굽어보는 눈까지 틀어쥐었다"면서 핵무력을 자랑한 것, 만리경-1호가 백악관, 펜타곤, 미 항모, 괌 미군기지, 주일 유엔사후방기지 등을 촬영했다면서 대미(對美) 심리전을 개시한 것,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의 주권적 조치들을 양보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하는 일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몸값 불리기'에 들어간 것,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증설 등 한반도 긴장 조성에 착수한 것 등의 수순들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한·미와 국제사회의 반응을 예상한 단계적 행동계획에 따라 하마스가 보여준 기만전, 기습전, 인지전(cognitive warfare), 심리전 등을 모두 담아낸 한 판의 전격작전(blitzkrieg)을 펼치고 있으며, 막 시작한 한반도 긴장 조성과 대미 신경전은 이 작전의 제2단계일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작은 눈'과 '큰 눈'을 함께 뜨고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세계의 안보상황을 살피면서 장단기 안보과제들을 식별해야 한다. 한반도에서는 당장 엄습할 북한발 긴장 고조에 대응해야 하며, 동시에 세계 안보지형의 변화를 조망하면서 중장기 안보대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이번 사태를 제대로 관전하는 법이다.

◇발등에 떨어진 긴급 안보과제

북한의 긴장 조성에 대응하는 한국이 지켜야 할 제1 원칙은 북한을 스포일시킨 과거 정부의 굴종 기조에서 탈피하여 '충분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저자세 외교에 익숙해져 있던 북한은 이번에도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 정지'에 '전면 파기'로 맞받아쳤다. 대한민국을 '꾸중·훈육'하듯 '되로 맞으면 말로 되치는'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한국은 이런 식의 행태가 손실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어야 하며, 멀리 보면 그것이 진정한 남북협력을 열어가는 방법이다. 이 원칙을 중시한다면, 한국도 군사합의의 '완전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9·19 군사합의는 방어자인 한국에게는 긴요하지만 도발자인 북한에게는 없어도 무방한 공중 감시정찰을 상호 제한하기로 함으로써 북한에게만 유리한 내용, 즉 기습공격 시 한국이 가질 수 있는 시간적·공간적 여유를 크게 줄인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이 원칙에 따라, 한국군은 공중 감시정찰 재개, 군사훈련 복원, 서울 북방 및 서해방어사령부 및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담당 해역의 경계태세 격상 등의 조치들을 취해야 하며, 동원예비군 소집 훈련도 검토해 볼만 하다. 북한이 감시초소를 복원하고 증설하면, 한국군은 복원에 더하여 수십 개의 감시초소 증설로 대응해야 한다. 2018년 군사합의 서명 시 북한의 감시초소가 한국 측의 세 배에 가까운 상태에서 상호 11씩의 초소를 해체하는 것을 두고 '동일 숫자'이므로 공정하다고 자화자찬했던 것부터가 궤변이었다.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권총을 반입하면 한국군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북한의 군사력 전진배치에 대해서는 막강한 원점 타격수단 배치로 대응해야 한다. '임무형 지휘 체계'를 통해 일선 지휘관들이 '선대응, 후보고'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마스의 '알 아크사 작전'이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한 가지는 '과학화 경계 체계'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며, 그래서 감시초소 증설은 시급하다. 방어 역량을 초월하는 숫자의 로켓을 일시에 발사하여 이스라엘에 큰 피해를 주었던 사실에서도 배울 점이 있지만, '아이언 돔'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은 더 많은 피해를 입고 벤구리온 공항과 공군기지들이 마비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군 당국은 단거리 대공체계의 국산화만을 기다리지 말고 그때까지의 공백을 메울 무기체계들을 긴급 확보하는 방안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무인기는 군말없이 모조리 격추해야 한다. 2022년 말 무인기 침투 시 '유탄에 의한 민가 피해 우려' 때문에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공군의 설명은 '궁색한 변명'으로 들렸다. 하마스보다 수백 배의 기습 역량을 가진 북한군이 보여줄 기습이 어떤 양상일 것인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여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안보환경 재평가 따라 중장기 안보대책 재점검해야

그럼에도, 더 큰 시야로 보면 북한 위성발사쇼의 안보적 함의는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은 일단의 권위주의 국가들(axis of tyrannies)이 '힘을 통한 현상변경'을 추구하는 바람에 이들과 기존 세계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 간에 신냉전 대결구도가 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 구도에서 보면 집요한 현상 변경 세력들이 존재하는 동유럽, 중동, 대만해협, 한반도 등은 '4대 화약고'이며, 동유럽과 중동에서는 이미 전쟁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베네수엘라와 가이아나 간의 석유 분쟁이 전쟁으로 번지는 사태가 가중된다면, 그래서 베이징이나 평양이 '유사사태가 발생해도 미국이 개입할 수 없을 것으로 오판한다면, 대만해협이나 한반도는 곧바로 '다음 전장(戰場)'이 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은 핵공갈, 핵강압, 실제 선제 핵사용 등을 통해 한국군을 주저앉힐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22년에 북한이 채택한 '핵무력 정책법'은 비이성적 요인들에 의한 핵발사를 막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과 핵 발사 절차에 다양한 안전장치들을 제도화하고 있는 서방 핵보유국들과는 달리, 지도자 한 사람이 임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누구에게든 핵을 발사할 수 있는 '황당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에서는 전쟁 발발 요인들이 중첩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군은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안보수요를 재평가하고 거기에 입각하여 유형전력 및 무형전력 계획을 점검·수정·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와 평온한 남북관계를 가정한 상태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수립·시행되고 있는 전임정부들의 국방개혁, 병역수급 계획, 무기확보 일정 등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동맹강화와 지전략적(geostrateguc) 대러시아 관계

국가의 안전을 위해 독자역량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동맹역량이다. 사실 지난 정부 동안 한미동맹은 '삼각 파도'를 맞아 휘청거렸다. 북한은 '벼랑끝 핵게임'을 통해 미국 여론을 압박하여 한반도에서 손을 떼게 만들려는 '계산된 광기(狂氣)'를 부려왔고, 지금도 '만리경-1호'를 이용하여 미국을 긁고 있다. 미국도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변화를 겪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경제내셔널리즘을 배경으로 하는 신고립주의가 강해지면서 지상군의 해외 파병은 쉽지 않게 되었다.

한국의 좌성향 정부는 '통북(通北)·친중(親中)·탈미(脫美)·반일(反日)' 정책을 펼쳤고 좌파들은 맥락 없는 반일을 외쳤고, 전시작전통제권 체제, 유엔사 후방기지 등 전쟁 억제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동맹 장치들을 해체하라는 철부지 요구들을 쏟아냈다. 미국이 한국의 '이념적 상응성'과 '전략적 가치'에 의구심을 품고 배신감을 키운 것은 당연했다. 이렇듯 한미동맹은 북한 변수, 미국 변수, 한국 변수 등 세 갈래의 파도를 맞고 흔들렸다. 신냉전하에서 대륙으로부터의 위협과 북핵 위협을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안보 현실에서 그리고 끊임없이 핵무력을 증강하는 북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이런 과거가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하다.

주변국에 대해서는 '지전략적(geostrategic)' 접근이 가미되어야 하며, 이번 위성발사 사태는 특히 대러시아 관계의 복잡성을 다시 일깨웠다. 솔직히 러시아가 북한이 '5대 전략무기 과제'로 강조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두 유도, 고체연료 ICBM,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과 관련한 기술을 제공했거나 제공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북한 위성의 군사적 가치를 마냥 과소평가할 수도 없다. 북한이 실제 성능을 숨길 수도 있고 러시아 기술로 급속히 성능을 개선할 수도 있다.

러시아는 주적인 북한과 북한의 '뒷배'인 중국의 배후에 위치하는 데다 핵군사력과 우주기술에 있어서는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이다. 이것을 감안한다면, 신냉전 차원을 넘는 '지전략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즉 동맹을 중심에 두되, 불필요하게 주변국의 적대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주문인 줄 알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에서 북·러 무기거래 및 군사기술 제휴를 부추긴 부분이 없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어떻게 북한에게 핵포기를 설득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북핵 위협을 상쇄·억제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래서 1991년 서명한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을 폐기하는 것은 해묵은 과제다. 북한이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와 핵독트린 그리고 핵무기를 운용하는 전략군까지 갖춘 마당에 한국이 '농축·재처리 및 핵무기 포기'에 합의했던 문건을 끌어안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나홀로 코메디'다.

그래서 이번 정찰위성 사태를 계기로 이 문제도 정리해야 한다. 한국은 이 공동선언을 정식 폐기함으로써 주권적 결정과 동맹협의에 따라 언제든 농축·재처리 및 핵무장에 나설 수 있음을 내외에 선포해야 한다. 그것이 나중의 핵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깔아야 하는 포석이다.

이상에서 필자는 위성발사 사태를 계기로 점검해야 하는 장단기 과제들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나마 훑어보았다. 이 과제들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진리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금이 6·25 전쟁 이래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므로 대한민국의 무운장도를 위해 반드시 이 시기를 무탈하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적화통일 목표와 공세적 대남 전략을 고수하는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힘에 의한 평화'가 필수라는 사실이다. 대북 굴종은 잠시 도발을 줄이는 '마약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한국의 생존을 북한의 자비에 의존해야 하는 결과로 귀결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스스로를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진정한 상호호혜적 남북관계는 북한이 대남 도발로 얻을 것이 없음을 확인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에 '힘에 의한 평화'는 결코 강경책이 아니다.

그것이 항구적인 평화공존을 위해 지금부터 다져가야 하는 기반이다. 북한의 위성발사쇼는 이 진리들을 재확인시켜 준 또 한 번의 계기였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전 통일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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