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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24시] 과도한 업무·쌓여가는 사건들, 떠나려는 ‘통합수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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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소영 기자

승인 : 2024. 08. 04. 13:41

경찰, '통합수사팀' 도입 이후 수사 부서 기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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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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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꽃'이라 불리던 수사 분야에 경찰 직원들의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통합수사팀 설치 이후 업무가 크게 늘면서다. 경찰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지면서 수사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경찰 내부망에는 수사경찰 기피 현상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많은 직원들의 공감을 샀다. 33년차 경찰이자 29년째 수사업무를 하고 있다는 직원이 쓴 해당 글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고소, 고발, 사이버 등 민원사건(으로) 오늘도 통합수사팀은 한숨만 쉬고 있다"며 "말이 좋아 '통수팀'(통합수사팀)이지, 사이버팀, 지능팀, 경제팀 직원들을 모두 모아 통합수사팀이라는 명칭을 만들고 사건을 한꺼번에 통합, 배당 처리하는 방법(이다)"이라고 했다.

이 글은 또 "(통합수사팀을) 기획하신 분도 고민을 많이 하셨겠지만 전문성 및 실효성이 있을까 한다"며 "3만원, 10만원 피해 신고도 사이버 사건은 건수로 잡히고, 접수를 안해주면 민원을 제기하는 요즘, 통합수사팀 직원들은 쌓여가는 사건을 보며 오늘도 한숨을 쉬면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합수사팀은 당초 모호한 사건 경계를 없애 수사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신설됐다. 그러나 최근엔 모두가 기피하는 부서가 됐다. 수사 환경 변화에 따라 길어진 사건 처리 기간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 때문이다.
업무량 증가 배경에는 지난해 개정된 수사준칙의 영향도 있다. 경찰 판단으로 고소·고발 사건을 반려 또는 이관할 수 없게 된 것은 물론, 진정, 탄원, 투서 등의 민원도 모두 접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사건들은 쌓여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은 "이번에 조직 개편을 거치면서 통합수사팀 한 명 당 실제 맡고 있는 사건은 훨씬 늘어났을 것"이라며 "계급이 낮을 수록 일이 몰리는 구조다 보니 서로 가지 않으려 한다. 또 대부분의 인력이 수사 부서보다는 형사기동대 등으로 배치돼 수사 인력이 더 부족해진 영향도 있다"고 귀띔했다.

실적 압박도 통합수사팀을 괴롭히는 요인 중 하나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수사관은 "정량화된 수사 결과를 통해 실적 위주 평가를 받다 보니 매달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매일 매일 사건이 쌓여있는데, 빨리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면 팀에도 영향이 있을까 우려돼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A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구체적인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가족과 동료들은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서울 혜화서 수사부서에서 일하는 40대 B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합수사팀 시범 운영 초반에는 새로운 제도에 경찰관들이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장기 사건 등 대부분 지표들이 좋아졌다"며 "반려제도가 폐지되면서 사건 수가 늘어난 건 맞지만, 업무량이 늘어났다고 보긴 힘들어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에 대한 쥐어짜기식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통합수사팀은) 결국 말만 통합이지, 많은 사건들을 경찰이 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검찰의 수사 인력이 경찰로 이관된다거나 그런 식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현장에선 경찰관의 업무 압박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결국 현장에서는 압박감과 업무 부담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고, 치안과 관련한 중장기적 정책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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