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협력, 고려아연 살리기 위한 고육지잭"
고려아연 "협력계약 자체 배임적 성격 가져"
양측 '해외 기술 유출' 관련 상반된 입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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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고려아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며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1분1초를 아껴야 할 상황에서 회사 일보다 '묻지마 빚투' 설명에 매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영풍은 이에 대해 다시 해명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다. 발언에 나선 강성두 영풍 사장은 "정말 오죽했으면 이렇게까지 했겠냐"며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을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와 손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옵션을 생각했다. 대규모 차입을 통해 직접 공개매수를 했을 수도 있지만, 자칫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고 장씨와 최씨 간 가문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그건 원치 않았다"며 "토종 사모펀드 MBK가 수많은 경험과 인력풀을 갖고 있다 생각해서 제가 (협력을) 제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애시당초 이번 영풍과 MBK의 경영협력 계약 자체가 배임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비상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이번 계약에 대해 소상한 해명도 필요하다"며 "특히 영풍 개인 지분을 단 0.68%(공시기준)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고문 장형진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주도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는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독자적인 의결권을 포기하고, MBK와 공동으로 행사해야 하는 의무를 스스로 부담했다"며 "영풍이 보유한 재산 중 최근 10여년 동안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재산은 사실상 고려아연이 유일한데, 사실상 중요한 영업의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성격을 지닌,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를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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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역시 "비철금속 세계 1위인 고려아연의 각종 핵심 기술을 중국 등 해외에 팔거나, 기술 공유 등을 통해 사실상 해외로 이전하는 등 고려아연의 핵심 자산을 빼 나가거나 수익화하는 방안이 많다는 것을 MBK는 잘 알고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안한다는 약속도 믿을 수 없다. MBK가 진행해 온 과거 많은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인력 감축 등 갈등이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서 영풍은 향후 고려아연 배당금을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는 판단 하에 순차적으로 올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배당금 상향을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는데, 이는 향후 고려아연의 자금이 풍부해지면, 배당을 높여도 되지 않겠냐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는 의미로 읽히는 발언"이라며 "결국 MBK파트너스의 발언은 사실 투자자들을 호도해 이번 공개매수에 끌어들이려고 한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MBK와 같은 투기적 사모펀드의 속성으로는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영풍의 사례를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며 "MBK와 손잡은 영풍은 지난 2022년 환경부와 약속한 환경오염 개선 조건조차 지키지 못하고 석포제련소 부산물 처리가 '내년까지 안 끝날 것 같다'고 실토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를 공식화하며 경영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MBK는 전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3.6% 상향하며 경영권 쟁취를 위한 초강수를 뒀다. 이에 오는 10월4일 예정된 공개매수 마감일까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대기업과 국내외 투자사 등 우군 확보를 통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