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이 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어코 발의하고,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지 12일 만에 또다시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에 나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까지 탄핵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나라가 혼란하고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권한대행 탄핵안까지 통과되면 당장 국가신인도가 추락한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 탄핵을 위한 국회 의결 정족수를 놓고도 이견이 많아 정국은 극도로 불안정해질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26일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을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추천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 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는 야당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애초 27일 오전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침을 바꿔 이날 곧바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발의했다.
야당이 내세운 탄핵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다. 이 가운데 이른바 쌍특검법 거부, 상설특검 임명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3건은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다. 따라서 한 권한대행을 국회에서 탄핵하려면 의결정족수 역시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을 적용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무총리에게 적용되는 재적의원 과반(151명) 찬성이면 탄핵이 가능하다고 강변하지만, 이는 국무총리 시절 직무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논리다. 심지어 국회 입법조사처도 국무총리 시절 발생한 탄핵사유가 포함됐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신분이 바뀌었다면 "(탄핵 정족수는) 대통령에 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의견을 수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한 권한대행 탄핵 표결안을 상정해도 의결정족수 200명 요건은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탄핵안 의결의 위헌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상황이 벌어진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헌재 권한쟁의심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안 발의 소식만으로도 이날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이 1466원까지 추락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계엄사태 이후 이미 주식시장에서 3조원 이상 매도한 외국인들이 급속 이탈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를 망치고 국가를 위기에 내몰 한 권한대행 탄핵을 재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