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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기업의 ‘미래 씨앗’을 빼먹겠다는 ‘행동주의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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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02. 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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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비견되는 국가다. 인구는 적고 자원은 없다. 그럼에도 국가경쟁력은 월등하다. 인재육성과 R&D(연구개발)에 사활을 거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스위스는 매년 GDP의 3.2%를 R&D에 투자한다. 유럽 평균(2.15%)과 프랑스(2.35%)보다 높다. '미래'를 대비한 사람·기술에 대한 무한 투자. 이것이 과거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분석한 스위스 경쟁력의 비밀이다.

기업의 영역에서도 스위스는 반면교사의 표본이다.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씨앗'인 R&D와 인재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행동주의펀드의 행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행동주의펀드의 일반적 요구는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이들이 적절히 관여하면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하겠지만, 과도한 개입으로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게 그간 우리가 봐왔던 모습이다.

최근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은 코웨이다. 코웨이 지분 2.84%가량을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 측에 배당성향을 90%로 상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코웨이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전량 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기존 20%에서 40%로 2배 이상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얼라인파트너스는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주환원율이 높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에 되돌려주다 보면, R&D 등에 투입할 '총알'도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과한 주주환원이 기업의 내부유보금 감소나 성장 투자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때 코웨이도 잉여현금흐름을 초과하는 수준의 주주환원 정책을 편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핵심 사업 및 미래 성장동력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넷마블그룹 편입 이후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코웨이의 주주환원 수준을 약 20%까지 축소하고, 지속가능성장 및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와 서비스 강화에 주력했다. 덕분에 지난 6분기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쯤에서 질문을 던져본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는 진정 코웨이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과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에 개입해놓고선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주식을 모두 매도해 막대한 단기차익을 챙겼던 얼라인파트너스다. 지나치게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탓에 기업과 투자자 간 신뢰도를 훼손시키고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사례도 수없이 많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기엔 의심스러운 전력(前歷)이다. 당장의 '달콤한 과실'을 따먹기보다 '미래의 씨앗'을 키우는 것이 진정으로 코웨이와 그 주주들을 위한 길 아닐까? 얼라인파트너스에 묻고 싶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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