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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현대카드, 수익보다 양적성장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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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기자

승인 : 2025. 02. 04. 18:00

김민혁 증명사진 (3.5x4.5cm)
현대카드가 코스트코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와 애플페이의 독점에 힘입어 몸집을 크게 불렸습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수익성 확대보다는 양적 성장에 집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다른 카드사와 달리 현대카드 오너인 정태영 부회장의 오너십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경영인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오너는 자신의 회사인 만큼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코스트코 카드는 독점 제휴로 이뤄지기 때문에 코스트코 이용 고객을 회원으로 유입시킬 수 있고, 애플페이는 현대카드 외에 다른 카드사들이 아직 도입하지 않아 사실상 단독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 덕에 현대카드 회원수는 애플페이 도입 후 약 2년 만에 10.3% 증가했는데요. 애플페이나 코스트코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현대카드에 가입할 수밖에 없어 회원수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같은 성과에도 카드업계에선 애플페이나 코스트코 제휴가 현대카드 수익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결제 단말기를 갖고 있는 가맹점이 적어 이용이 한정적인 데다, 건당 0.15%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어 현대카드 입장에서 비용부담이 큽니다.

코스트코의 경우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현저히 낮은 가맹점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카드에 앞서 삼성카드가 코스트코와 지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독점 계약을 맺었습니다. 제휴 당시 가맹점 수수료율은 0.7%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 다른 대형마트의 수수료가 1.5%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입니다. 삼성카드를 제치고 코스트코와 제휴 계약을 체결한 현대카드는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현대카드가 회원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나치게 제휴사와의 관계에만 집중하다 보니 카드 고객 혜택이 줄어들 우려가 있는 겁니다. 실제 현대카드는 최근 들어 혜택이 좋은 카드인 이른바 '혜자카드'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대카드는 지난 2023년 12월 말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에디션1'의 가입과 갱신을 중단했습니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과 상관없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음에도 연회비가 1만원으로 저렴해 혜자카드라 불렸습니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해당 카드를 단종시키고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에디션2'를 만들었습니다. 리워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지만 전월실적 50만원이라는 문턱이 생겼습니다. 연회비도 2만원으로 올랐는데 말이죠. 회원 수는 늘렸지만 혜택은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다만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다지고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카드사들은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 탓에 본업인 신용판매업을 통해서는 사실상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자수익이 카드사들의 주된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카드사들이 신규 회원을 확보하려는 건 카드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해외 업체와의 제휴 확대로 소비자 편의성 제고를 꾀하고 회원 수를 늘리는 양적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은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양적성장에 치중하다 수익성이 악화되는 데 대한 책임을 카드 혜택 축소 등 고객에게 전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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