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악화 불가피
대만은 속으로 웃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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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번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참가 불발 이후 WHO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 다른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역할 확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 매체의 판단은 다른 듯하다. 중국이 쳐놓은 '하나의 중국' 포위망의 틈을 벌리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는 관측을 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미국은 이번 협의에 국무부 차관보 2명을 보냈다. 이들은 이례적으로 대만 주재 20여개국 외교사절 및 당국자들을 따로 불러 대만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중에는 대만 수교국 12개국과 호주를 비롯해 일본·뉴질랜드·캐나다·체코·폴란드·영국·룩셈부르크·벨기에·핀란드·프랑스·유럽연합(EU) 등의 관계자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초점을 맞춘 것은 1971년 중화민국(대만)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유엔 내 지위를 박탈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중국의 유일한 대표임을 인정한 유엔 총회 결의 제2758호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대만 쯔유스바오(自由時報)는 "미국 당국자는 특히 대만 주재 외교관들에게 '유엔 총회 결의 제2758호가 결코 대만(의 지위)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이 이야기하는 '하나의 중국'을 담았던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대만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 싱다오르바오(星島日報)는 미중 양국이 유엔 총회 결의 제2758호를 해석하는 문제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유엔 총회 결의 제2758호가 중화인민공화국의 '유엔 내 대표 권한' 문제만 해결한 것일 뿐 대만 지위는 해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의를 '하나의 중국'과 연결 짓는 것은 오용(misuse)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은 결의에 나온 '중국'이라는 어휘에 이미 대만 등 '중국 영토 전부'가 포함됐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이 결의를 근거로 세계 각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면서 각종 국제기구에서 대만을 배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