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 축소 등 감독당국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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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스팩의 일 거래량이 많게는 공모주의 26배에 이르는 데다, 첫날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선 공모 스팩에 대해서는 상장일 가격변동폭을 줄이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상장된 미래에셋비전스팩5호는 첫 거래를 3050원에 시작해 장중 한 때 506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장 막판 2045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최고가와 종가의 가격차이가 무려 2.5배나 됐다. 거래량도 공모 주식수의 26배에 달해 하루 동안 무려 26번이나 사고 팔렸다.
지난 1년간 시장에 상장된 공모 스팩 종목은 이같은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상장 첫날 2000원인 공모가의 2~3배인 5000원 내외까지 올랐다가 장 막판에는 공모가 근처까지 떨어지고, 거래량도 전체 공모 주식수의 10배, 20배에 달하고 있다.
공모 스팩주 투자자들은 2000원에 받은 주식을 시초가나 고가로 팔면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단기 차익을 노리고 공모가보다 높은 금액을 주고 산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보거나 실제 인수합병(M&A)가 이뤄져 가격이 오를 때까지 자금이 묶일 수 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상장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공모 후 3년 동안 합병을 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되고, 투자자는 공모가 2000원에 약간의 이자만 받게 된다.
합병 관련 호재가 나오기 전에는 액면가 근처에서 가격이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 첫날 대량 거래와 함께 주가 급등락이 있다는 것은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적 매매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작년 6월 26일부터 공모주 상장당일 가격제한폭을 기존 액면가의 2.6배에서 4배까지 확대해, 액면가 2000원인 스팩 주가가 상장 첫날 소위 따따블인 8000원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투기적인 매매가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실제 스팩주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장 첫날 시가, 고가, 종가 차이가 적고 대부분 2200원 밑에서 거래됐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수요가 크지 않았고, 공모주 청약경쟁률도 180여배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작년 6월 26일 이후, 첫 상장된 교보스팩14호가 시초가 2170원으로 시작했지만 따따블에 가까운 7980원까지 오르면서 지금과 같은 스팩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후 공모 스팩 청약경쟁률은 평균 1263배까지 상승했다.
이 때문에 공모 스팩 광풍과 관련해 투기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너무 크고, 스팩 뿐 아니라 일반 공모주 시장마저 혼탁하게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와 함께 감독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팩에 한해 다른 공모주와 달리 가격제한폭을 축소하거나, 시세조정 등 시장교란 행위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투자자들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장 첫날 엄청난 거래량과 주가등락을 보이지만, 종가는 결국 액면가 근처로 수렴하는 시장에서 나만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비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