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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zip중탐구] 실력은 인정·가성비는 글쎄… 저무는 ‘김앤장 만능주의’

[로펌 zip중탐구] 실력은 인정·가성비는 글쎄… 저무는 ‘김앤장 만능주의’

기사승인 2024. 06. 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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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하이브 소송 잇따라 패소
'성과 만족도' 세종·태평양에 뒤처져
"재계 '김앤장 1순위' 불문율도 깨져"
국내 매출 1위 로펌인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가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은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재판에서 이기려면 큰돈을 들여서라도 김앤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재계 불문율이 깨졌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동시에 김앤장과 맞붙어 승소한 법무법인들은 큰 주목을 받게 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앤장은 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분할 판결이 나온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뒤흔든 '하이브·민희진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대리했다가 패소했다. 법조계에서는 두 재판 선고가 있던 지난달 30일을 두고 '김앤장 참패의 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재계에서는 '사법 리스크' 관리에 있어 김앤장을 늘 우선순위에 두는 게 불문율이다. 로스쿨 우수 졸업생들 대다수가 김앤장으로 향하고 부장판사·부장검사 출신들도 김앤장 러브콜을 제일 먼저 기다린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말이다.

재벌 기업 법무팀 직원들 사이에서는 '김앤장을 안 쓰고 소송에서 지면 법무팀이 욕을 먹지만, 김앤장을 쓰고도 지면 김앤장이 욕을 먹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다만 김앤장 만능주의는 조금씩 저물고 있다. 법률신문이 조사·발표한 '2024 로펌 컨슈머 리포트'에서 김앤장은 '실력과 전문성' 면에서 5점 만점에 가장 높은 4.54점을 받았지만 '성과 만족도'에서는 법무법인 세종(4.35), 태평양(4.31)보다 낮은 4.29를 받았다.

특히 김앤장은 '수임료 적정성' 항목에서는 3.12로 가장 낮았다. 리포트 내용을 종합하면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비용 측면에서 다른 대형 로펌들도 충분히 고려 사항이 됐다는 이야기다.

김앤장을 썼다가 역효과를 보기도 한다. 실제 최 회장 측은 이번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을 선임한 뒤 재판부 재배당을 시도했다. 유책배우자에 엄격한 법리를 적용해 온 김시철 재판장을 피하기 위해서였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이브 역시 민 대표를 해임하기 위해 관련 재판에 김앤장 소속 변호사 8명을 선임해 총력 대응했으나 법무법인 세종에 완패했다. 덕분에 세종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굳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앤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최·노 이혼소송은 김앤장이 뒤늦게 합류한 것으로 안다. 김앤장이 이혼 분야를 잘 다루지 않기도 하고 재판부 재배당과 같은 특별한 미션을 위해 투입됐을 것"이라며 "최 회장 쪽에서 대법원 뒤집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만큼 김앤장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대형로펌으로 이직한 판사 출신 한 변호사도 "김앤장에 승소가 어려운 사건이 몰리는 측면이 있다"며 "김앤장은 여전히 이름값만으로도 큰 노력 없이 사건 수임이 가능하다. 큰 기업 사건에 '원 오브 뎀'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독자생존으로 자기 이름을 알리려면 김앤장은 맞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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