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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은행, 하반기 인사 키워드 ‘쇄신’

신한·우리은행, 하반기 인사 키워드 ‘쇄신’

기사승인 2024. 07. 0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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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상 첫 영업본부장 직무배제
신한, 영업 실적별로 특별승진 단행


올 하반기 시중은행이 단행한 인사 키워드는 '신상필벌'이다. 그간 소폭으로 진행하던 하반기 정기인사 관행을 바꾸면서다. 이달 초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은 '성과엔 보상을, 부진한 성과에는 책임'을 물으면서 안정 대신 변화와 쇄신을 택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최근 벌어진 100억원대 횡령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실적이 저조한 지점장들은 직무배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영업 실적이 안좋은 지점장들은 후선배치했고, 실적이 좋은 직원이라면 차장에서 부장급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특별승진자 대상이 됐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전직원들에게 '자산 확대 경쟁에 나서지 말자'면서 성장 대신 소비자보호를 주문했는데, 이번 은행 인사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 내실경영을 강화하려는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는지 주목된다.  

은행들이 하반기 인사폭을 확대한 것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조직을 다변화하고, 단호한 인사 조치로 실력 없는 지점장은 배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올 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곳이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영업능력에 따라 실적은 물론 올 연말 만료인 CEO(최고경영자)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하반기 정기인사를 실시했다. 신한은행은 그간 승진자가 없던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지점장 승진자를 대거 배출했고, 우리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영업본부장을 직무배제하는 좌천성 인사를 실시했다.

먼저 신한은행은 정 행장이 지난해 취임 후 첫 하반기 인사에서 본부 부서별로 10%의 인력을 차출해 영업점으로 배치, 현장 인력을 대거 충원한 바 있다. 올 하반기 인사에선 30명이 부서장으로 승진하고, 특별승진자도 7명이 나왔다. 특별승진자들은 탁월한 역량을 보인 직원들로, 차장급에서 부장급으로 승진한 직원이 가장 초고속 승진자다.

이번 인사에선 업무성과와 자기계발 등 정보를 바탕으로 공정한 인사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상사의 인사 평가로만 승진에 반영하지 않고 함께 일한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시키면서다.

다만 내부에선 이견이 갈린다. 정 행장의 이 같은 영업능력 중심의 인사가 사실상 내년 1월 이뤄져야 할 승진 대상자를 미리 승진시킨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면서다. 30명의 승진자가 나온 것은 30명의 후선 배치자가 나왔다는 얘긴데, 6개월마다 실적을 반영하는 인사가 효율적인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관계자는 "연초 정 행장이 얘기한 대로 하반기 인사에서 승진자가 대거 나오긴 했지만, 그만큼 내년 상반기 인사에서 승진자가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5일, 최근 벌어진 100억원대 횡령사고에 대한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사고자는 물론 준법감시인과 영업본부장, 내부통제지점장에 후선배치 등을 통해서다.

하지만 내부에선 횡령사고에 대한 후선배치가 아닌 영업본부장 대상 직무배제 인사로 긴장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영업본부장 4명은 기업금융에서 1명, 글로벌그룹에서 1명, 개인영업에서 2명 등인데 각 부문별로 평가해 가장 저조한 본부장을 사실상 좌천시킨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우리은행에선 '본부장으로 승진만 하면 임기 2년은 보장된다'는 암묵적인 룰을 조 행장이 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 행장이 이번에 실시한 승진자 비중을 살펴보면 영업현장에서 80%, 본점에서 20%가 나왔다. 그만큼 영업 현장 중심의 인사를 택한 셈이다.

이에 내부에선 오히려 횡령사고 책임자들은 사실상 '자진 사임'이라고 해도 직무 변경 수준의 인사 이동만 이뤄졌는데 반해, 영업본부장들은 직무배제를 통해 좌천 인사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다. 100억원대 횡령사고에 대한 책임자로 자진사임한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은 IT그룹으로 사실상 보직이 변경됐고, 실적이 안 좋은 영업본부장 2명은 직무없음, 2명은 영업 지원으로 후선배치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조 행장이 그간 영업회의에서 실적 저조한 본부장을 후선배치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실제로 인사 조치를 하면서 신상필벌을 실시했다"며 "조직의 긴장감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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