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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 기업 옥죈다

[사설] 국민연금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 기업 옥죈다

기사승인 2019. 12. 2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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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투자 기업에서 횡령이나 배임 등이 있을 경우 기업 이사의 해임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27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경영참여) 대상 기업과 범위·절차 등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할 폭넓은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의 배당정책 및 임직원 보수의 적정성,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법률위반, 그 밖에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와 관련한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 등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된 경우 기업과 대화를 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정관변경·이사 해임 등 주주제안을 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사안이 과연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기업은 혼란스럽다.

국민연금은 19개 상장사의 최대 주주다. 또 150개 사의 2대 주주다. 주요 기업의 경영이 국민연금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도 기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투자자’로만 본다면 기업경영이 견실하도록 개입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독립성이 취약하다. 정부의 입김을 배제할 구조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재계는 가이드라인이 기업활동을 옥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특정단체 등이 고소·고발에 나설 경우 검찰의 기소만으로도 국민연금이 경영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정권에 협력하지 않고, 거리를 두거나 반대하는 기업도 얼마든지 손볼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재계의 걱정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기업에게 가이드라인은 분명 큰 부담이다. 그렇다면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정도경영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경영을 바르게 한다면 가이드라인을 걱정할 일도 없고, 정부로부터 간섭받을 일도 없다. 칼자루를 쥔 국민연금도 과도한 주주권 행사로 기업경영을 억누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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