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전인범 칼럼] 나라 지키는 불편한 진실
2020. 05. 29 (금)
  1. 춘천
  2. 강릉
  3. 서울
  4. 인천
  5. 충주
  6. 대전
  7. 대구
  8. 전주
  9. 울산
  10. 광주
  11. 부산
  12. 제주

뉴델리 23.8℃

도쿄 15.5℃

베이징 20.2℃

자카르타 28.2℃

[전인범 칼럼] 나라 지키는 불편한 진실

기사승인 2020. 03. 29. 16:3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우리군, 핵심 주요시설은 철통경계
괜한 '희생양' 만들지 말아야
경계근무 개념, 준비, 재정투자 아끼지 말아야
전인범 장군 1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 못 막는다(十人守之 不得察一賊)’는 말이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잘 지켜도 한 사람의 나쁜 짓을 막지 못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이 말을 현실적으로 보고 듣고 직접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군에서는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 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외부의 어떠한 침투나 경계에도 실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우리 군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결과가 생긴다.

△과거 모 부대에서 발생한 최전방 일반전초(GOP) 노크 귀순 사건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이 울타리를 넘어와 귀순한 북한군 귀순자를 놓친 일 △북한의 고깃배가 스르륵 삼척항에 입항한 사건 △최근 군 부대에 외부인들의 침입 사건 등으로 우리 군은 망신과 함께 또 다시 난처한 입장이 됐다. 군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강한 의지를 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현실을 직시해 보면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군, 핵심 주요시설은 철통 경계

육군은 상비사단 대대급 부대의 경우 병력이 보통 450명 정도다. 주둔지는 평균 5000 ~ 1만평(33만㎡) 정도이며 외곽 울타리 둘레가 3~4km 된다. 해·공군은 육군보다 수십~수백배 넓다. 제주 해군기지는 15만평(49만㎡)이다. 육지와 접한 울타리만 해도 5km다. 육군의 전방부대는 30명이 2~3km를 경계하고 해안은 같은 인원이 20~50km를 담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눈으로 감시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화 감시장비를 배치하고 또 일부 주요 지역은 실제 병력을 배치한다. 하지만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는다 ”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둔지 울타리 3km를 철통 같이 지키려면 한국의 보통 지형이라고 가정해도 100m 거리에 초소를 둬야 한다. 1개 초소 당 경계 병력이 2명이면 1명이 하루에 6시간 미만으로 경계근무를 선다고 가정해 보면 30개 초소에 하루에만 200명이 필요하다. 결국 450명이 있어도 훈련은 전혀 하지 않고 경계근무만 서야 한다는 셈이다. 이런 현실적인 계산을 해안 경계부대나 후방 부대에 적용하면 부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지휘관들이 직면한 애로사항을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 군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 주요시설은 그야말로 철통같이 지킨다. 비밀보관소와 주요 군사장비와 탄약고 등은 핵심 경계시설로 분류한다. 또 3선 방어개념을 도입해 2중·3중으로 부대를 경계하며 울타리는 가장 경계밀도가 약한 곳이며 침입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경우가 많다. 민간인이나 귀순자들이 부대 안에서 발견된 것은 외곽을 통과한 것이 대부분이며 수립된 경계의 개념대로 발견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경계근무 개념·준비·재정 투자 아끼지 말아야

외부인의 침입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이슈화되었을 때 군에서는 그야말로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심지어 반드시 해야 할 훈련이나 또는 다른 중요한 부대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 사건이 발생한 부대의 경우에는 희생양이 된 책임자들로 인해 부대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돼 전투력 발휘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우리 군이 경계를 잘하도록 하려면 우선 국민들이 경계 근무의 현 실태를 알도록 해야 한다. 또 필요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감시 장비를 50m·100m 단위로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2~3년에 한번씩은 업그레이드 하거나 교체해 줘야 한다. 국회에서는 부대나 군사 시설을 불순한 목적으로 침입한 민간인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군 수뇌부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분명한 책임 한계에 대한 지침과 규정을 만들어 괜한 ‘희생양’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부대원 사기와 부대 전투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대책도 마련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도 부대를 침입하는 민간인은 물론 군사분계선을 넘어 아군 초소까지 오는 북한 탈북자나 귀순자 외에도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소지는 늘 있다. 군대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어느 곳이든 불순한 의도를 가진 한사람이 교묘한 방법과 수단으로 나쁜 행동을 하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열사람이 지켜도 한 사람의 도둑을 막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군 부대는 물론 모든 시설의 경계와 경계 근무에 대한 개념과 준비,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